편의점업계, 코로나 지원책 놓고 가맹점·본사 온도차

가맹점주, 24시 영업 일시중단 및 본부 지원 절실

가맹본부, 모든 의견 수렴 어려워…자구책 마련 속도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야외 테이블이 설치돼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편의점업계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원책을 놓고 가맹점과 본사 입장차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한 달 넘게 연장되고 있는데 이어, 최근 야간 취식 제한시간까지 1시간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편의점에서의 취식도 오후 9시 이후에는 금지되고, 야외 테이블과 의자 역시 이용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즉석 조리식품을 판매하는 일부 편의점만이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심야 영업 제한을 받아왔으나 모든 편의점으로 확대 적용된 것이다.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편의점 점주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이미 심야 시간 손님이 대폭 감소해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취식을 제한하는 추가 조치로 인해 편의점 점주를 극한으로 몰아세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관계자에 따르면 여름철은 야외 테이블 손님으로 매출을 얻는 최대 성수기다. 통상 늦은 밤 편의점을 찾는 손님 중 일부는 주류와 가벼운 안주를 구매해 실내외 테이블에서 즐긴다. 최소한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창구가 사라졌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편의점 점주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자영업자 일부는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휴업을 결정하고 있지만 편의점은 심야시간 매출이 뚝 떨어져도 가맹본부와 맺은 24시간 영업 계약 탓에 마음대로 영업 시간을 단축할 수 없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편의점 점주 A씨는 “취식 매출이 따로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거리두기 이후 심야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며 “매출보다 인건비가 더 나오기 때문에 가족끼리 돌아가며 하고 있지만 그 마저도 담배 매출이 80%라서 남는 것도 없고 본사 양해가 어려워 문도 못 닫는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이 코로나 사태에서 마치 수혜를 보는 것처럼 인식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편의점도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실제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학가 상권이나 또 유흥가 점주님들은 폐업을 했거나 고려하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시민들이 야외 테이블을 이용하고 있다.ⓒ뉴시스

특히 24시 운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크다. 심야시간대 영업해서 얻는 수익이 매출보다 높지 않은 점포 운영주로서는 심야시간대 매장을 열 동인이 없다는 설명이 나온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점주들은 조금이라도 이익을 남기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가맹점주들의 경우, 알바생을 일명 ‘쪼개기’로 편법 고용하거나 폐업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또 결국 점주들이 직접 근무하는 시간을 늘리는 경우도 많다.

전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알바생만 평일 오전 오후, 주말 오전 오후 총 4명을 쓴다. 매출의 순이익이 인건비로 전부 나가거나 오바가 된다”며 “그나마 다른 업이라도 겸하고 있어 버티는 것이다. 야간 운영을 해봐야 오히려 손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4시간 운영 방침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야 시간 매출 하락 폭이 커지면서 심야에 문을 열어도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를 벌기도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편의점주들은 가맹사업법에 따라 심야영업 시간 영업이익이 3개월간 적자일 경우 본사에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편의점주들은 법에 근거해 본사에 심야영업 중단을 요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편의점 점주 C씨는 “영업시간을 24시간에서 19시간으로 단축하게 되면 전기세 지원, 수수료율 인하 등 영업지원금도 같이 중단된다. 매출이 줄어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건데 지원금도 한순간에 끊기면 부담이 크다”며 “본사의 폭넓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편의점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시스

편의점 본사는 현실적으로 모든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는 한계가 뒤따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맹점이 힘들면 본사도 함께 어려워지는 구조인데, 뭐든 본사에게 책임을 떠넘겨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인건비가 올라도 본사에 요청, 코로나로 매출이 줄어도 본사에 지원책을 요청하는 등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 지고 있다”며 “가맹점이 힘들면 본사도 같이 힘들어지는 구조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주 임의대로 매출이 안 나온다고 해서 문을 닫는 것을 지속하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신선식품 등 배송에 따른 물류 시스템에도 차질이 빚어진다”며 “사업은 계약서를 근거로 운영되는데 알바생 고용 문제 등도 얽혀있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편의점 본사는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쏟아내고 있다. 배달 수요 증가에 대비해 자체 플랫폼에서 배달 가능 품목을 늘리거나, 할인전을 기획하며 위기 극복 방안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와인, HMR 등 특화 전략도 함께 이어 나가고 있다.

또다른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상생협약을 통해 전기료, 신규점 폐기, POS설비 수수료, 초기안정화 지원 확대 등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맹점주님께 실직적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무리한 점포 출점을 지양하고 경영주와의 상생을 위한 우량점 육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