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털이' 이용되는 서울시 청년수당…일할 의지·취업 의욕만 감소시키나
입력 2021.08.25 04:32
수정 2021.08.24 20:07
청년수당 757억원 가운데 56% 편의점·마트에 쓰여…교육 비용은 2.7% 불과
"아르바이트 필요성 못 느끼고 편의점서 술·담배도 구매…백수 지원 프로그램?"
"맞춤형으로 취업 프로그램과 연계돼야" vs "소득 너무 낮아 수당으로 식비 해결하는 것"
청년들의 구직활동 장려를 위해 도입된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 취지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수당을 지급하는 동안 청년들의 취업활동 의욕을 심사하거나 고취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오히려 일할 의지를 떨어트리는 등 실효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청년수당은 시에 거주하는 만 19~34세 미취업 청년에게 매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제도다. 올해는 지난 7월 말 기준 1만9200명이 받고 있다. 숙박업, 백화점, 주점 등 77개 업종에서 사용할 수 없지만 이외 업종에서는 사용에 제한이 없다.
그런데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2020년 기준 청년수당 사용처’에 따르면, 전체 757억2500만원 중 423억1400만원(55.9%)이 편의점·마트 등에서 사용됐다. 반면 학원비 등 구직활동에 직접 도움이 되는 교육 관련 비용은 20억4900만원(2.7%)으로 비중이 가장 적었다.
김모(29)씨는 1년 전 청년수당 대상자로 매월 50만원을 받았다. 당시 아르바이트도 구할 수 없던 상황으로 대부분의 지출은 식비에 썼다고 전했다. 김씨는 "청년수당으로 편의점에서 맥주 등을 살 수 있어 친구들과 '편의점 털이'를 하는 식으로 외식을 했다"고 말했다.
이모(28)씨는 "사실 청년수당이 꾸준히 들어와서 아르바이트의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했다"며 "의외로 편의점 등에서 기호식품에 구매 제한이 없어 담배도 살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권모씨(27)는 "휴학생과 졸업유예자도 신청이 불가하고 재학생도 자격 요건이 안 되는데, 학교도 다니지 않고 말이 취업준비생이지 백수일 가능성이 높다"며 "지원자들 대부분이 순수 취업 목적으로 쓸까 궁금하고 세금낭비는 아닌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청년수당 취지를 고려해 실제 취업과 이어질 수 있는 취업 연계 프로젝트 등의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는 강조했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청년수당으로 나오는 돈을 관리하는 데도 시의 행정적인 낭비가 생기는데, 취업준비 목적으로 수당을 제대로 이용하는지 일일이 확인하게 되면 더 큰 행정력의 낭비를 불러올 것"이라며 "효율성과 행정력 등을 따져보았을 때 긍정적인 효과의 정책으로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최대 6개월 동안 단순히 수당으로 취업을 지원하기보다 청년들의 상황이나 처지에 맞게 취업연계 프로젝트를 확대한다거나 취업컨설팅 등의 지도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수당을 받는 청년층 가운데 소득 자체가 너무 낮아 의식주 해결이 힘든 경우가 있고 이들이 수당의 대부분을 식비 등으로 해결하는 상황"이라며 "의식주 문제가 해결이 안된 상태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