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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아프간 재지배 전략과 북한의 대남 전략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8.23 09:34
수정 2021.08.23 08:34

탈레반, 미국과 직접협상으로 아프간 정부 배제

탈레반, 실제적 미군철수 약속 받고, 미래적 테러위협 중단 약속

문재인정부, 북한의 그간 3년간 모습 재해석해 보기를

ⓒ The GUARDIAN
탈레반, 그 촌스러움의 이면


탈레반의 모습은 거칠다. 제대로 된 군복도 갖춰 입지 않고 아무런 전략도 없이 그저 알라를 외치며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을 괴롭히는 무도한 집단쯤으로 보인다. 그런데 2001년 미군이 아프간 전쟁을 수행하며 탈레반을 카불에서 몰아낸 후, 20년간 이들이 아프간 재지배를 위해 기울인 집요한 노력을 살펴보면 소름끼친다. 탈레반은 미국의 폭격을 받고 도망다니며 그저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었다. 아프간 정부가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의존적 내성만 키우고 있을 때, 탈레반은 마약을 팔고, 금, 희토류 등 자원을 팔아 연간 9억 달러 정도를 벌어서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탈레반, 미국과 직접협상으로 아프간 정부 배제하다


스스로 아프간 장악을 위한 힘을 비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프간 재지배의 가장 큰 걸림돌인 미국을 상대해서 집요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약속을 받아 냈다.


먼저,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와 미국 3자간의 협상 구도를 무력화시키고 미국과의 직접협상에 성공한다. 미국의 지원으로 2004년 출범한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부패도 문제였지만,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에 대해 의도적으로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협상을 거부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듯 하다가 테러로 협상을 결렬시키기 일쑤였다. 결국 트럼프 정부는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평화합의를 체결하고, 탈레반이 추후 아프간 정부와 평화협상을 진행하기로 약속 받았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은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다. 결국 탈레반은 미국과 13번의 직접협상을 벌여서 2020년 2월 29일 평화합의를 체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탈레반, 실제적 미군철수 약속 받고, 미래적 테러위협 중단 약속하다


더욱 아연실색할 것은 트럼프 정부와 탈레반간의 협상 결과를 보면, 미국은 미군을 시한까지 정해서 철수하겠다고 약속하고, 탈레반은 미국에 대한 테러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미래의 위협행위 포기를 약속한 것이다. 미국은 합의 한 날로부터 135일 안에 아프간 주둔 병력을 현재 1만 2000여명에서 8600명으로 줄이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14개월 내에 미군을 비롯한 외국 군대는 완전철수하로 했다. 이에 대해 탈레반은 아프간 영토 내에서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협정 체결 이후에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어음에 서명하면 그만이었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인하여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이 상실되었다며, 다시금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으로 돌아오겠다(America Back)던 바이든 정부도 아프간 상황 만큼은 트럼프의 입장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2021년 9.11 사태 20년이 되기 전에 아프간에서 미군철수를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탈레반, 든든한 뒷배 마련해 놓다.


끝으로 탈레반은 국제 세력구도를 재빠르게 활용했다. 사실 미국의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 결정 배경에는 중국과의 대결에 보다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검토가 깔려있었다. 쿼드(QUAD)를 통해 중국에 대한 봉쇄전략을 구축하고 있지만, 미덥지 못한 구석이 있어서인지 영국과 독일 해군을 종용하여 남중국해를 항해하도록 했다. 여하튼 미국으로서는 부상하는 중국에 대해 관세, 무역, 5G 네트워크 기술, 반도체 공급망, 해양패권까지 전분야를 망라한 대결에 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텔레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의 회담(7.28)을 통해 미국을 압박한다. 이에 탈레반은 중국의 골칫거리였던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무슬림 반군에 대해서 지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게 된다. 탈레반으로서는 무엇보다 든든한 뒷배를 얻은 것이다.


그 약효는 미군 철수가 완료되어 가던 시점인 8월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이후,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탈레반에 대해 국제사회가 압력이 아니라 더 격려해야 한다고 두둔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데자뷔일까?


탈레반의 아프간 재점령 전략들을 정리해 보니, 선명해지는 것이 있다. 목적을 위한 집요한 술책이다. 한반도 상황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그간 행태가 오버랩된다. 2018년 화려한 한반도 평화쇼는 결국 미국과 북한과의 직거래를 위한 징검다리가 되었다. 그 직거래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얻어냈다. 최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노골적으로 주한미군철수가 한반도 평화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겠다는 미래핵을 담보로 현재의 대북제재 해제를 노리고 있다. 미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은 김정은 등장 이후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복원하는 데도 성공한다. 첫 미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보란 듯이 중국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 공항에 도착했다. 이러한 모습들을 생각하면 왠지 아프간 재지배 술수에서 보이던 탈레반의 모습이 북한의 그간 3년 간의 행태로 데자뷔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북한과 무언가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믿는 문재인 정부는 탈레반의 행태를 보며 북한의 그간 3년간의 모습을 재해석해 보기 바란다.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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