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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욕심' 이준석·'조연 욕심' 송영길 [송오미의 여의도잼]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1.08.23 07:00 수정 2021.08.23 05:57

통상 대선 국면서 당 대표는 대권주자들 '光' 내는 역할

이준석, 대권주자들과 '신경전' 벌이는 희한한 광경 연출

송영길, 대권주자들 돋보이게 하는 '명품 조연 역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방송센터에서 진행된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당대표 토론배틀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대선 경선 국면에서 주연 자리를 꿰차고자 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화제다. 당 대표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당내 대권주자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조연 역할'을 하는 게 통상적인데, 이 대표는 본인이 주인공이 되고자 당내 대권주자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희한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 대표의 '주연 욕심'에 그의 카운터파트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연 욕심'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최근 이 대표는 대선주자 토론회 개최 여부를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 신경전을 벌이던 중 불거진 윤 전 총장과의 녹취록 유출 의혹, '저거 곧 정리' 발언 대상이 윤 전 총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벌어진 '막장 녹취록 공방' 등에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참지 못하는 기질'과 '가벼운 언행' 등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같은 당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4선·서울 용산구)은 지난 12일 "이 대표는 불필요한 말과 글을 줄이고 공정한 대선 준비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서병수 의원(5선·부산 부산진구갑)도 당 경선준비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바로 다음 날(21일) "싸움을 말려야 할 당 대표가 진실공방에 나서며 오히려 싸움판을 키우는 것 또한 낯 뜨거운 일"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지난 20일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21일 "경선 버스를 8월 말에 출발시키려고 기다렸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운전대를 뽑아갔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논란 유지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당 내홍 상황과 맞물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흠집 내고 특정 후보를 민다'는 의혹도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 나서기 전인 3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날 것", "난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 유승민이다. 당권은 내가 잡을 것" 등의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실제로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은 나름 '특수 관계'이기도 하다. 이 대표의 부친과 유 전 의원은 경북고·서울대 경제학과 76학번 동기동창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최근 송 대표가 대선 경선 국면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송 대표는 이 대표처럼 당내 대권주자와 '맞짱'을 뜨기 보단 기지를 발휘해 논란을 소강상태로 접어들게 했다. "후보들이 빛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던 송 대표는 공정한 경선 관리 의견을 청취하고자 6명의 당내 대권주자들과 '릴레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박용진 후보는 22일 송 대표와의 오찬 자리에서 "처음에는 이러쿵저러쿵 (송 대표가) 어느 후보한테 마음을 더 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경선이 중반 이상 진행되면서 경선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했다.


송 대표의 '원로 찬스' 전략도 광역자치단체장을 지낸 5선 중진의 경륜과 연륜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 송 대표는 첨예한 갈등 사안에 직면했을 때 종종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고 당 원로들로부터 조언을 얻은 후 문제를 매듭짓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해냈다. 논쟁이 발생했을 때마다 당내 협의나 막후 조율 과정을 건너뛰고 소셜미디어(SNS)에 본인 주장만 올려 논란을 키우는 이 전 대표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당초 송 대표 취임 초기 당내에선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꽤 있었다. 송 대표는 지난 5월 전당대회에서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에 0.59%p 차이로 신승을 거두면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또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할 윤호중 원내대표는 물론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 5명(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전혜숙) 중 4명이 친문 인사로 분류 돼 '불협화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현재 그런 우려는 불식된 상태다.


지난 6월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1985년생) 제1야당 대표가 탄생했을 때 민주당은 '꼰대 정당'으로 낙인 찍힐까 충격과 불안에 휩싸였었다. 민주당의 괜한 걱정이었다. 대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대표가 쉽사리 '주연 욕심'을 버릴 것 같지는 않고, 송 대표의 '명품 조연 역할'은 더욱 돋보일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민주당에게 '엄청난 기회'임이 분명하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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