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제한에 재판 리스크로 경영 활동 부담 여전한 이재용
입력 2021.08.23 06:00
수정 2021.08.22 19:26
지난 13일 출소 이후 열흘째 현장 행보 아직 없어
가석방 신분 논란에 내달부터 재판 2건 병행해야
재계 "반도체 투자·코로나 백신 역할 할수 있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했지만 사법리스크가 여전해 적극적인 경영 행보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취업제한 조치에 2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현장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 반도체·스마트폰·바이오 공장 방문 등 현장 경영 행보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이후 곧바로 삼성서초사옥으로 가서 주요 사업 현안을 보고받고 이후 이어진 광복절 연휴기간에도 출근하면서 김기남 부회장과 고동진 사장, 김현석 사장 등 주요 사장단들과 함께 사업 현황을 파악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 부회장이 출소 이후 근무지로 직행하면서 당초 자택으로 향할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 다른 행보를 보이자 재계에서는 주요 사업 현안을 챙긴 뒤 국내 주요 사업장 방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는데 이마저도 빗나가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현실이 현재 이 부회장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출소해 취업제한 조치를 적용받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 합병 의혹 재판에 이어 내달부터는 프로포폴 투약 의혹 재판도 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적용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은터라 가석방애도 불구하고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이 부회장이 지난 13일 출소 이후 삼성서초사옥으로 향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법무부에서 이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이사회 참석이 불가능해 경영활동에 제약이 있는데다 무보수·비상근 상태로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것이 취업제한의 범주 내에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법무부의 해석으로 경영활동에 대한 부담을 다소나마 덜게 됐지만 현장 경영 행보로의 확대는 여전히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 규정 위반을 주장하며 고발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이 부회장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의 12차 공판에 출석했다. 가석방 출소 이후 처음 재판정에 출석한 것으로 1심 재판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앞으로 상당기간 매주 목요일 법원으로 발걸음을 해야 할 처지다.
여기에 내달 7일부터는 프로포폴 투약 의혹에 대한 재판도 시작돼 9월부터는 1주일에 이틀씩 법원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재판 부담으로 인한 경영 행보 차질 우려가 나오는 것이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이 사건은 벌금 5000만원에 약식기소됐지만 경찰 수사로 혐의가 늘면서 검찰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게 됐다. 당초 지난 19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변호인의 요청으로 내달 7일로 연기됐다.
재계에서는 반도체 투자와 인수합병(M&A),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에서 이 부회장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국익’을 강조한 만큼 이 부회장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국익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명확히 한 만큼 경영 활동을 통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반도체든, 코로나19 백신이든 이 부회장이 그에 부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