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딜레마'에 빠진 이재명, 내정 철회할까
입력 2021.08.17 11:47
수정 2021.08.17 11:51
李, 黃 임명 강행 시 독선 이미지…철회 시 인사 실패 시인
李 측 "성격상 철회 가능성 작지만 여론 고려한 결정 나올 수도"
黃, 논란 직접 반박 "보은인사? 난 이재명 지지자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이 지사 캠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지사 캠프 측 관계자는 1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캠프 내에서 황 씨 내정 철회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좀 있었다"고 했다.
이 지사도 황 씨를 두고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지사는 전날(16일) 성평등 공약 발표 후 취재진과 만났을 때 '황 씨 내정에 다른 후보와 야당의 지적이 있는데 생각을 물어도 되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평소 기자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하던 이 지사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앞서 지난 13일 황 씨가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당내 대권 경쟁자들과 야당에선 이 지사의 중앙대 동문인 황 씨가 과거에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 등을 두둔했던 것과 전문성이 부족한 황 씨를 내정하기 위해 응모자격을 대폭 완화했다는 의혹 등을 거론하며 '불공정 인사', '보은 인사' 등의 비판을 퍼붓고 있다.
이 지사 측은 황 씨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지만 비판 여론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성준 선임대변인은 지난 1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맛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속 인문학적 소양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고 진화에 나섰다. 황 씨를 위한 사장 지원 자격 대폭 완화 의혹에 대해선 "2018년 경기도 본회의에서 공공기관 채용기준이 과도하게 규정돼 유능한 인재 채용이 어렵다는 취지의 지적이 있어서 기준을 완화한 것"이라고 했다. 현근택 대변인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관광여행 가는 것 중에 반 이상은 먹는 것"이라고 했다.
황 씨 논란은 17일 오후 5시 채널A 주최로 열리는 TV토론회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날 TV토론회 시작 전 이 지사가 황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철회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평소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불도저 성격' 때문에 황 씨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고(go)'하는 이 지사 성격상 황 씨 내정을 철회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다만 "대선 경선이 한창일 때 여론이 너무 안 좋아지면 안 되니까 토론회 시작 전에 여론을 고려한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지사가 '황교익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 지사가 황 씨의 임명을 강행하면 '독선·불통 리더십'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내정을 철회하면 잘못된 인사였다는 점을 시인하게 되는 모양새가 되면서다.
한편 황 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문회까지 아무 말 않고 있으려다 이 정도 의사 표현은 해야겠다 싶어 글을 올린다"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황 씨는 "보은 인사라고 말들이 많은데, 문재인 지지자인 제가 문재인 정부에서 보은을 받았으면 받았지 이재명 경기도 정부에서 보은을 받을 일이 없다"며 "저는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식문화 관련 산업에 '맛집 소개'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한국 정치인들에게 실망이 크다"며 "현명한 정치인은 전문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모에는 8명이 지원해 이 중 4명이 면접을 봐 3명이 통과했다. 이 지사는 그 중 황 씨를 최종 후보로 지명했다. 오는 30일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황 씨의 최종 임명 여부가 결정된다. 도의회의 인사청문 결과보고서가 채택되면 이 지사는 내달 초 황 씨를 3년 임기의 사장에 임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