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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폐배터리를 왜버려? 현대차 울산공장서 전기도 만든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8.15 06:00
수정 2021.08.13 15:43

전기차에서 수명 다한 배터리도 ESS로 최대 10년 사용 가능

현대차그룹, UBESS 로드맵 수립…ESS-태양광 연계 발전사업 실증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ESS.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며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의 처리 문제가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의 동력원으로서의 수명을 다한 배터리도 여전히 저장 용량이 남아있다는 점에 착안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는 UBESS(Used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어난 올해를 기점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통상 사용 주기인 7~10년이 지나는 2030년대 초부터는 폐차되는 전기차, 혹은 교체용으로 수많은 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요국들의 내연기관차 규제가 본격화되는 2030년 이후부터는 전기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이때 생산되는 전기차의 수명 주기가 도래하면 폐배터리 배출 규모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NEF(New Energy Finance)는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연평균 29% 수준의 성장을 거듭해 2030년에는 약 3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체계적으로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ESS 활용 예시.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응해 UBESS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폐배터리 문제 해결 뿐 아니라 추가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사용 주기인 7~10년을 넘어 초기 용량 대비 70% 수준 이하가 되면 주행거리가 감소하고 충전속도가 저하돼 교체가 필요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2030년 연간 폐배터리 배출 개수는 약 11만개, 전체 누적 개수는 약 42만 개에 달할 전망이다.


가정에서 다 쓴 건전지를 분리 배출해야 하는 것처럼, 자동차용 폐배터리 또한 일반 쓰레기와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의 금속류와 폴리머 전해질로 구성돼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매립할 경우 토양·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고, 소각할 경우에는 폭발이나 유해가스 방출 등으로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태생부터 고가인 전기차용 배터리를 추가 비용을 들여 폐기하기보다는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에서 사용이 끝난 배터리 내부에는 에너지를 충분히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아직 남아 있어 최소 3년, 최대 10년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배터리의 잔여 용량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 ESS다.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 그리고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민감해 저장 용량이 낮아지면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전기차와 달리 ESS는 상대적으로 부피나 무게의 제약이 덜한 만큼 70% 이하의 저장 용량만으로도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다.


폐배터리 여러 개를 활용해 ESS 설비를 구축한 다음 전력을 저장해두면 가정, 빌딩, 공장 등에서필요로 할 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이 경우 신재생에너지의 단점 또한 보완할 수 있다.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는 자연으로부터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보니 전기를 규칙적으로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때 ESS를 함께 활용하면 전기 공급을 안정화할 수 있다. 실제로 ESS와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설비 조합이 전력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2019년 기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약 1조6000억원 규모였으나 2030년에는 약 20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주요 선진국들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규제 개선과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오닉5 배터리팩 조립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UBESS 기술을 위해서는 배터리팩 형상에 최적화된 시스템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사용 후 배터리로 에너지저장장치를 만드는 UBESS 로드맵을 수립하고, 향후 생산할 배터리팩 형상을 고려한 기술 개발 및 제품군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새 배터리가 아닌 사용이 끝난 단계의 배터리로 ESS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터리 상태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을 평가하고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한 국내외 에너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친환경 선순환체계를 구축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8년에는 세계적인 에너지그룹 핀란드의 바르질라(Wartsila)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한국수력원자력, OCI, 한화큐셀 등 기업과 ESS 활용 방안에 대한 MOU 및 기술 체결을 진행하기도 했다.


ESS와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발전사업의 실증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 2MWh 규모의 ESS를 설치하고, 태양광으로 들어오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 시에 전달하는 체계를 구축해 운전 중이다. 2MWh는 4인 가족 5가구가 한 달 이상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다.


사용 후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는 사업은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제조사들도 추진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직접 생산,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는 만큼 더 원활한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사용 배터리와 관련 부품의 원활한 공급이 가능한 것은 물론, 공장, 건설현장, 전기차충전소 등 그룹 내 인프라를 통해 사전 검증 및 성능 시험이 가능하다는 점이 UBESS 사업에서 현대차그룹이 가진 경쟁력이다.


또한 친환경 선순환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그룹사 간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ESS로도 활용이 불가능한 배터리의 재활용에 있어서는 SK이노베이션과 협력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성능평가 시스템으로 평가한 결과 잔존성능이 낮은 것으로 판명된 배터리의 경우 셀 단위로 분해해 SK이노베이션에 제공하면, SK이노베이션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양극재용 금속자원을 회수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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