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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세월호 부채 의식 털고 그만 가라앉혀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8.13 07:31
수정 2021.08.12 08:14

민변 출신 특검도 증거 없다는 9번째 초라한 수사 결과

더 우려먹고 싶어도 우려먹을 게 없는, 원인은 이미 명확

이현주 세월호 참사 증거조작 의혹 진상규명 특별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것은 ‘아무리 털어도 나오는 건 없었다’는 말에 다름 아니었다.


“증거 조작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증거와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9번째 세월호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이현주가 지난 10일 ‘세월호 참사 증거 조작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한 장소는 서울지방변호사회였다. 그가 특검에 임명될 때 대통령 문재인과 그 지지자들이 보낸 기대와 성원에 비하면, 조금은 의아한 선택이었다.


이현주는 문재인 정권의 인적(人的) 중심축인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전·충청 지부장을 하고 이 정부에서 법무부 인권정책과장도 한, 현 법무부장관 박범계와 가까운 사이라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특검을 맡아 벌인 결과가, 필자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양식 있는 사람들 모두가 예상한 대로 또다시 ‘이하동문’이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화려한 조명이 있는 장소 대신 무명의 기자회견 장소를 택했다. 그 초라한 결과 앞에서 문재인을 비롯한 진보좌파가 보이는 반응은, 역시 모두가 예상한 대로, 전혀 반성이 아니다. 그들은 또 계속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강변하고 있다.


이현주 할아버지를 데려다 진상 규명을 또 하면 없던 증거가 튀어나와 ‘세월호 광신도’ 진보좌파와 유족들이 원하는 ‘정답’이 나오리라고 믿는가? 정말 대한민국이 안됐고, 대한민국 국민이 불쌍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은 지난해 검찰 임관혁 특수단이 낸 발표문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유족이 실망하겠지만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


임관혁이 감히, ‘유족’과 ‘되지 않는 사건’이란 말을 언급한 준엄한 의미를 새겨들었어야 했다. 그는 수사 검사로서 확신을 하고, 통상적인 수사 발표문에 들어가지 않는 ‘주관적’ 표현을 일부러 삽입했다. 어쩌면 대통령과 그 지지자, 유족들이 이제는 미련을 버리라는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문재인은 그때 미련을 버리지 않았고, 이번에도 버리지 않고 있다. 안쓰러운 소고집이다. 그는 지난 4월 이현주에게 특검 임명장을 줄 때 후보자 추천 하루 만에 재가했다. 이 사람은 해낼 수 있다고 믿었음이 틀림없다.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등에 대해 한 치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수사하여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데이터 조작을 믿고 있다는 것을 이 당부의 말에서 드러냈다. 물론 정부(박근혜) 대응 문제점도 특검이 파헤쳐야 할 핵심 과제로 지적하는 걸 빠뜨리지 않았다. 김어준을 비롯한 좌파 음모론자, 그것을 철석같이 믿고 기회만 생기면 유족들과 함께 의혹과 진상 규명 타령을 부르고 있는 사람 중에 대통령이 있었다.


그는 박근혜 탄핵이 결정된 직후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세월호 학생들 참사가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되도록 하는 계기가 돼 그들에게 고맙고 미안해서 그는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은 이현주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참사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수사해 달라.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 규명이 속 시원하게 되어야 한다.”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라는 말이 중요하다. 이 요청을 받들어 이현주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으나 결과는 서두에 적은 대로가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는 나올 게 없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16일 사고 이후 7년 4개월간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조사, 세월호선체조사위 조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활동, 대검찰청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특수단), 그리고 이번 이현주 특검까지 국가기관 8곳이 9차례에 걸쳐 조사와 수사했다. 결론은 이미 최초 검찰 수사에서 명확하게 내려진 것이었다.


전 경기도지사 김문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3000명 이상 숨진 미국 9·11테러조사위원회가 172억원을 썼는데, 세월호 진상조사에는 650억원을 썼다. 이제 그만 합시다”라고 했다.


초기 수사에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고 원인을 다시 정리해보자.


- 세월호 출항 전 사고 야기 조건은 선박 불법 증개축(객실 증설), 규정 초과 차량 및 화물 적재(한도의 2배), 조타기 레이더 등 장비 부실이다.


- 항해 도중 일어난 사고 유발 상황은 안개로 지연된 시간 만회하기 위한 과속, 입사 4개월째 3등 항해사가 유속 심한 맹골수도 통과 중 급격한 변침(變針) 시도, 과적 차량과 화물 부실 결박 풀려 이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붕괴한 무게중심 등이다.


- 사고 발생 후 문제가 된 조치는 사고 신고 등 선원들 초기 대응 잘못, 최초 도착 해경 경비정의 판단 착오 및 소극적 구조, 선장과 선원들의 수학여행 학생 등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 후 탈출 등이다.


이렇게 앞뒤가 탁탁 맞는 결론이 이미 나 있음에도 수사를 8번이나 더 했고, 그것도 모자라 10번째라도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사참위 활동 기간은 2022년까지로 연장돼 있다.


문재인은 세월호 학생들에 대한 부채 의식을 털어내라. 음모론 신봉 광신도 진보좌파들과 유족들도 이제 그만 세월호를 놔주도록 하라. 근거 없는 의혹들일랑 가라앉혀라. 당신들이 아무리 더 우려먹고 싶어도 우려먹을 것이 더는 없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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