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폭격 맞은 소상공인의 절규 [임유정의 유통Talk]
입력 2021.08.05 07:00
수정 2021.08.04 17:20
내년도 최저임금 5.1% 인상 9160원 의결
현실 인식 없이 이념에 현실 맞춘 정부
불통으로 일관…혹독한 대가 서민이 치러
정치에는 주어진 원칙이 있다.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에 입각해 미래를 위한 가치판단을 내려야 한다. 더 많은 국민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위해 무엇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 제시와 해답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상에 현실을 끼워 맞추고만 있다. 빚을 얻어 추진한 퍼주기식 복지정책, 소득주도 성장을 내걸고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진영 이념을 위한 반민주적 선택은 각종 부작용을 낳았고 약자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440원(5.1%) 인상한 9160원으로 의결했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제 최저시급은 1만1003원, 연봉으로는 2297만3280원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 선거 공약 ‘최저임금 1만원’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정부는 과거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2019년도 최저임금 심의 때는 공익위원이 결정 기준까지 임의로 바꿨다. 기존 중위임금 대신 평균임금을 썼다. 그것도 상위 15% 안팎의 고임금을 기준점으로 삼아 10.9%나 올렸다. 임기 두 해 만에 30%나 인상됐다.
문제는 이런 취지가 다수의 행복을 구현하고 있느냐다. 640만명으로 추산되는 소상공인은 벼랑 끝에 몰렸다.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 95%는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삶이 나아지기는 커녕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고충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과 완화를 반복하면서 소비 심리는 급격히 침체됐고,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다. 불명확한 정부 지침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했다.
올해는 더 최악이다.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사실상 봉쇄조치가 취해져 영업정지와 제한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쑥대밭이 됐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소식이 설상가상 더욱 큰 폭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폐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폐업을 하는 순간 대출금과 밀린 임대료를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지금 상황에서 권리금 회수는 언감생심이다. 오죽하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폐업이 부럽다”는 한탄까지 절로 나올 정도다.
최저임금은 이미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급진적으로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 악’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멀쩡히 최저임금을 지급하던 고용주들을 단숨에 최저임금도 못 주는 경쟁력 없는 사업자로 만들었다. 정부가 불통한 대가를 애먼 서민이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이제는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 파급효과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면서 좀 더 정교하게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 단기 대책에 집착하기 보다 파탄난 경제의 실마리를 풀어갈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때다. 선의로 포장된 길이 우리 사회를 어디로 끌고 왔는지 되짚어볼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