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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유튜브도 악마의 편집, 김연경·마리아 등 희생양 속출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8.04 14:10
수정 2021.08.04 11:32

'가짜뉴스', 유튜브 관련 사회문제 중 가장 심각

ⓒ유튜브

“다 거짓말이에요, 도와주세요.”


TV조선 ‘미스트롯2’ 출신 가수 마리아는 SNS에 호소문을 남기며 유튜브 콘텐츠 속의 ‘악마의 편집’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임영웅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영어 발음을 비웃었다는 내용의 짜깁기 영상 때문이다. 그는 “하지도 않은 행동으로 영상이 나왔다고 해서 봤다. 이거 다 거짓말이다. 나는 그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그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와는 전혀 다른 리액션 장면을 붙여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거나, 전혀 흥분된 상황이 아님에도 다른 커트의 대화를 짜깁기해 마치 그 상황에서 흥분한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 이미 여러 차례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봐왔던 편집 기술이다. 사실을 왜곡하는 이 편집 기술은 일명 ‘악마의 편집’으로 불린다.


이런 편집 기술은 주로 오디션과 예능프로그램에서 사용돼 왔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출연자간의 갈등을 그리고 극적인 경쟁구도를 만들어 내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면서, 이로 인한 논란도 잇따라 불거졌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흥기를 연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최근 방영된 TV조선의 ‘미스트롯’ 시리즈까지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악마의 편집 폭로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을 넘어 유튜브 채널에서도 ‘악마의 편집’을 남발하며 여러 희생양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전국민의 관심사인 올림픽 관련 영상에서도 ‘악마의 편집’ 희생양이 나왔다.


MBC의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는 지난 1일 ‘[김연경 인터뷰 풀영상] 할 수 있다! 해보자! 포기하지 말자!’라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엔 여자 배구 한일전에서 승리한 이후 진행된 김연경의 인터뷰 내용이 담겼다.


영상에서 김연경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렸는데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더 뿌듯하네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자막에는 “축구, 야구 졌고 배구만 이겼는데?”라고 처리됐다. 자막만 보면 김연경이 다른 종목을 깎아내렸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엠빅뉴스

실제로 많은 네티즌이 해당 자막을 ‘악마의 편집’이라고 지적·항의하자 엠빅뉴스는 이 자막을 모바이크 처리하고, 이후 영상을 아예 비공개로 처리하면서 “여자배구 대표팀 김연경 선수의 경기 직후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는 과정에서 기자의 질문을 축약해서 정리하다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유튜브에서 ‘악마의 편집’은 주로 개인이 사실 확인 없이 악성 루머를 퍼뜨려 조회수를 올리려는 꼼수이거나, 영상을 짧게 편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전자의 경우는 사실과는 전혀 다른 ‘가짜뉴스’를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후자 역시 ‘실수’로만 넘기긴 어렵다. 오해로 인한 ‘가짜뉴스’로 변질돼 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유튜브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도 사실과 다른 콘텐츠 제작에 대한 위험성이 드러났다. 무려 87%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허위사실임을 알고도 해당 내용을 포함시킨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포하는 행동을 지적하며 ‘가짜뉴스’를 유튜버 관련 사회문제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악마의 편집’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파한다는 점에서 ‘가짜뉴스’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또 유튜버와 유튜브 채널에 대해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지를 묻는 문항에는 절반이 넘는 57.2%가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수준의 규제 유지’는 19.5%, ‘자율 규제 장려’는 18.6%였고, 규제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단 4.7%에 그쳤다.


현재 유튜브 내에서도 ‘악마의 편집’과 관련된 정책도 마련되어 있긴 하다. ‘조작된 콘텐츠’ 즉, 아무런 정황 설명 없이 발췌된 클립 수준을 넘어 혼동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기술적으로 조작되거나 변조되어 사용자에게 피해를 입힐 위험이 있는 콘텐츠에 대한 규제다.


다만 정책 위반에 대한 처벌은 다소 허술하다. 만약 정책을 위반하면 콘텐츠가 삭제되고, 위반이 처음인 경우에는 채널에 대한 제한 조치 없이 주의만 주어진다. 처음이 아니라면 채널에 경고 조치가 적용되고, 경고를 3번 받으면 채널이 해지되는 식이다.


유튜브를 통한 정보 획득,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악마의 편집 혹은 가짜뉴스에 적용되는 ‘콘텐츠 삭제’ 처벌은 매우 가벼운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유튜브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인 만큼 문제가 되는 콘텐츠 제작을 원천 차단하거나 상세한 가이드라인 제시, 윤리 교육 강화 등의 실질적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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