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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 이제는 힘 모아야 [이건엄의 i-노트]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입력 2021.08.03 07:00 수정 2021.08.03 07:09

실명계좌 두고 거래소 간 온도차 커

의견 분열 조장하는 정부와 정치권

건전한 경쟁체제 구축 위해선 단합해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의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정작 거래소들은 규모별, 상황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전혀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당장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이후 독과점 문제와 거래소 줄폐업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래소 간 의견 차이는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 실명계좌 인증을 마친 대형거래소들이 중소 거래소들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에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식이다.


실제 최근 화두로 떠오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유예일 연기와 관련해 대형 거래소들은 큰 의미가 없다며 냉소한 반응을 보였으나 중소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인증 등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연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취재 중 만난 대형거래소 관계자도 “업권법 제정 등 제도권 귀속에 대해선 입을 모아야 된다”면서도 신고일 연기에 대해선 의미가 없다며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또 금융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현장 실사에 나섰을 때도 빗썸과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4대 거래소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중소형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인증에 집중해야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실사가 부담이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거래소들이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탓도 크다. 극단적인 방안만을 제시하며 거래소 간 의견 분열을 사실상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명계좌 문제만 보더라도 금융당국이 신규 발급의 여지를 주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사업자 자격 요건이라며 무조건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입장은 유지한 채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사업자 신고일 연장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대립으로 번졌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 인사들의 인심성 법안 발의에 거래소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


지금과 같이 거래소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말 정부 말만 잘 듣는 소수의 거래소만 남겨진 채 가상자산 산업 자체가 퇴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거래소 자신들의 의견과 이익은 전혀 챙기지 못한 채 말이다.


건전한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거래소들의 의견이 반영된 올바른 업권법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거래소들의 단결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래소들이 가상자산 시장을 정말 발전시켜 나갈 의지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상부상조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야 될 것이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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