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탄소중립' 대선공약…원전 빼고 가능할까
입력 2021.07.29 07:01
수정 2021.07.29 16:18
공약 검증 빠지고 장밋빛 청사진만
"원전 없는 탄소중립 사실상 불가능"
여당 유력 대선주자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제시한 청사진이 막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은 꼭 도달해야 할 목표이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탄소세, 수소경제 등 검증되지 않은 아젠다를 열거한 것은 막연하다는 평가다.
특히 올여름 폭염을 겪으며 원전을 탄소중립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여권 주자들은 원전에 대해서 단 한 건도 언급조차 없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전 없이 신재생에너지로만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발상은 '허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녹색성장' '수소경제' 방점 찍힌 與 대선후보 공약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6명은 지난 2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탄소중립 공약 발표회'에서 나란히 탄소중립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지지율이 높은 유력후보들은 신재생에너지, 온실가스 감축, 수소경제 등을 공통분모로 제시했다.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거나 더 발전시킨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는 "녹색미래 산업을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면서 "석탄발전과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를 끝내고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중심의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세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피력했다. 이 후보는 "우리 사회를 녹색으로 바꾸는 근본적 대전환을 위해 탄소세를 도입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후보는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서 과감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을 제시했다. 이낙연 후보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40%까지 높일 것을 제안한다"며 "그 과정에서 에너지 공공성 유지를 위한 공기업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 2030년까지 2018년보다 (감축목표를) 최소 45% 감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 정부 감축 목표치보다도 2배 가량 더 높다.
정세균 후보의 공약도 역시 '수소경제'에 방점이 찍혔다. 정 후보는 "국제수소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겠다"며 "국제 수소 관련 표준을 선도하고 탄소중립의 핵심인 수소경제를 국가 경제의 새로운 발전 축으로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과감한 혁신으로 탄소중립 경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지속적인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해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소유경제에서 사용경제로 경제구조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원전 없는 탄소중립 사실상 불가능"
여권1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이낙연 후보는 각각 탄소중립 실천력과 속도를 전면에 강조했지만 원전업계는 물론 기후 전문가들조차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올해 폭염을 지나며 원전 없는 전력수급의 한계를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음에도 대선주자들은 원전에 대해선 단 한 건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국내 전력 생산량 중 원전 기여도는 무려 21.2%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는 폭염으로 전력수급에 위기감이 감돌자 다급하게 원전에 더 손을 벌렸다. 계획예방정비로 정지 중이었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이달 순차적으로 재가동했고 나머지 원전 5기도 가동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주자들이 탄소중립 핵심 수단으로 꼽은 신재생에너지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작년 국내 발전원의 총 발전량은 51만5987GWh인데,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각각 2만884GWh(이용률 15% 기준), 3041GWh(이용률 20% 기준)에 그쳤다.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차지하는 비중은 태양광, 풍력이 각각 4%, 0.6%에 불과하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원전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를 밀어붙이는 이번 대선주자들의 탄소중립 공약은 망상에 빠져 있거나 미래 세대에 책임을 미루거나 둘 중 하나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성찰 없는 탄소세 공약 역시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란 분석이 많다. 현재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탄소세 신설을 주목하면서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안은 탄소감축 보다는 저소득층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목적세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또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선언한 상황에서 탄소세를 도입하면 우리 기업들에 이중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탄소세를 둘러싼 분위기가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내년부터 탄소세를 도입할 경우 향후 5년간 관련 세수는 229조811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세출규모가 600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3분의 1 이상을 기업에서 법인세 외에 거둬들이는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국세 중 목적세에 해당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는 모두 각각의 과세 목적과 연계된 특별회계, 사업 등에 사용되고 있다"면서 "탄소세 역시 과세 목적에 맞도록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환경개선 사업 등의 용도로 쓰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