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M&A 폭풍③] 구조조정 vs. 체질개선, 인수합병 이후 변화는?
입력 2021.07.28 07:01
수정 2021.07.23 16:41
인수합병에 따른 희비 극명하게 나뉘어
기존 사업과 시너지 내며 매력도가 높아지거나
업황 전반의 부진으로 인수 전보다 외형 축소
유통업계의 인수합병(M&A)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M&A를 통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며 매력도가 높아진 사례가 있는 반면 업황 전반의 부진으로 인수 전보다 외형이 축소된 경우도 적지 않다.
사모펀드의 M&A는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폐쇄적 경영이 적지 않은 국내 유통업계에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철저하게 수익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구조조정, 자산 매각 등에 따른 논란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bhc치킨은 외식업계에서 성공적인 M&A 사례로 꼽힌다. 2013년 BBQ가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에 bhc를 매각할 당시 매출은 826억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 매출은 400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 역시 성공적인 M&A로 평가받는다. 빙과시장 점유율을 40%대까지 끌어올려 빙과 ‘투톱’ 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빙그레는 원재료 공동구매, 공동물류, 생산공장 공동활용 등으로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모펀드의 커피 브랜드 매각 성공신화로는 할리스가 꼽힌다. 할리스는 2013년 국내 토종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45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이어 이듬해 유상증자로 370억원을 추가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기 시작했다.
할리스는 1인가구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2014년 카공족을 위한 1인 좌석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 호감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조용한 스터디 카페로 꾸며 카공족의 환심을 샀다. 여기에 체류하며 허기를 채울수 있는 사이드 메뉴도 적극 늘리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이후 할리스커피는 눈부신 성장세를 구가했다. 이에 IMM PE는 2020년 9월 1450억원에 할리스에프앤비 지분 93.8%를 KG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 대금과 투자원금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자본재조정과 배당 등으로 투자원금을 모두 회수했다.
반면, 보쌈과 부대찌개 등으로 명성을 날렸던 외식프랜차이즈업체 놀부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경영부실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 한 부정적 사례에 속한다.
국내에서 사모펀드 모건스탠리가 최장기간 보유한 이 기업은 10년째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후 장기 보유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기업가치를 올린 후 되파는 사모펀드 특성을 감안하면 장기보유는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11년 사모펀드 인수 후 2016년까지 놀부의 매출액은 미미하게나마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2017년 1015억4400만원으로 감소했고 2018년 867억1200만원을 기록하며 인수 후 처음으로 1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2019년에는 716억3400만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모펀드 인수로 인해 구조조정에 따른 부작용 사례도 있다.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바로 단적인 예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홈플러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노렸지만 실적하락, 경쟁력 저하 등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져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매각의 해법을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홈플러스 인수 6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노조 파업과 업태 부진에 따른 실적 내리막으로 마땅한 새 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는 구조조정과 점포 매각이다.
IB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가격 이상에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가 사양 비즈니스로 분류되고 있는 데다, 노조 갈등이 심각하고, 무엇보다도 영업이익이 1000억원이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작용을 딛고 사모펀드가 유통 업체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수익원이 확실하고, 매입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견 업체가 대다수라는 이유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 쇄신과 가치 혁신 작업을 거치면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쉽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남양유업은 기업 가치 상승 기대감에 따라 매각 발표 다음 날인 이날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빠른 기간 내에 수익을 내고 재매각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성격상 유통업체들은 단기간 성과를 내기 좋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당연히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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