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1심 무죄…제보자X·MBC 형사처벌 가능성은? 검찰 적극수사 가능성은?
입력 2021.07.20 05:01
수정 2021.07.19 20:36
임무영 "당시 제보, 검언유착 의심할만 했다고 주장하면 MBC보도 공공성 인정 가능성"
이승기 "MBC가 구체적인 팩트체크 하지 않았다면 공공성 부정돼 명예훼손 성립"
지 씨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은 이견 없어…이동재의 협박성 취재 유인 정황 분명

채널A 이동재 전 기자 관련 '검언유착' 의혹이 실체가 없다는 1심 사법부 판단이 나오면서 해당 의혹을 최초로 제보한 이른바 '제보자X' 지모씨와 이를 보도한 MBC 측의 형사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MBC는 지난해 3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라젠의 전 대주주,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씨와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며 강압적으로 접근했다는 내용의 단독보도를 했다. 그러면서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들려주며 검찰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제보를 종용했다며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지난해 4월 이 전 기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고,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해 8월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1개월만인 지난 16일 법원이 "검찰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지씨와 MBC 측이 역공을 받게 됐다.
법조계에선 이들이 지난해 5월 보수성향 시민단체로부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건과 관련해 혐의 성립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MBC의 경우 보도에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를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부장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언론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는 법원이 좀처럼 인정해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지씨의 제보를 최초로 접한 MBC가 당시 검언유착을 믿을 만한 구석이 있었다고 주장하면 보도의 공공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MBC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하는 데 법률자문 역할을 맡았던 이헌 변호사는 "MBC 보도는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을 비방할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추측하거나 과장하고 왜곡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며 "이는 공공성과는 무관해 명예훼손이 되는 것은 물론, 채널A 기자의 취재 업무를 방해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의 이승기 변호사는 "취재 과정에서 MBC 측이 구체적인 팩트체크를 하지 않은 채 지씨의 제보 내용과 이 전 기자의 발언만을 근거로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것이라면 공공성이 부정돼 명예훼손 성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씨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은 높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지씨 스스로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고 칭하며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정관계 인사의 금품제공 장부나 송금자료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고, 이 전 대표를 선처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함으로써 이 전 기자의 협박성 취재를 끌어낸 정황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임무영 변호사는 "지씨가 주장한 검언유착 의혹은 허위사실로 밝혀진 데다가 피의자도 특정됐고 MBC 보도를 이끌어낸 만큼 공연성도 갖췄다"면서 "그 과정에서 채널A 기자의 취재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소지도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승기 변호사도 "지씨는 MBC 측에 허위사실을 알려 이를 보도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며 "또한 채널A 기자와 3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검언유착 의혹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로비 장부가 있다고 허위사실을 주장한 것도 법정에서 밝혀진 만큼 취재를 방해한 혐의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전 기자에 대한 무죄 선고가 MBC 측과 지씨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당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대검의 지휘를 피해 서울중앙지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겠끔 길을 터줬고, 또 서울중앙지검이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대검 판단을 무시하고 수사를 이어온 만큼 이 같은 기조가 2심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 변호사는 "현재 검찰의 인적구성을 볼 때 MBC와 지씨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에 대한 수사는 담당 주임검사의 의지에 달려 있겠지만 누구도 윗선의 판단을 무시하는 부담을 떠안고 수사를 강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검찰 내부에서도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문제가 많았다"면서 "인사 이후에도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버티고 있고 간부진도 달라진 게 없는 만큼 수사팀은 2심까지 기존 판단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수사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