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광주의 恨 승화시켜야"…눈시울 붉히며 '승부수'
입력 2021.07.18 03:00
수정 2021.07.17 21:53
'호남 공들이기' 외연확장…5.18묘지 참배 "헌법정신"
"전두환 사형 구형 때 마음 여전한가'질문에 "그렇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제헌절인 17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던 상황에서 이날 광주행이 외연확장을 위한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특히 윤 전 총장은 5.18민주묘지에서 감정에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혔고, 목멘 목소리로 "참배를 하다 보니 광주의 한을 극복하자는 그런 말이 나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20여년만에 광주에 오면서 많이 변했겠구나 생각했는데 묘역에 들어오니까 울컥하다"면서 "막상 와보니 미래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슬픔과 한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윤 전 검찰총장은 "광주의 한을 자유민주주의와 경제 번영으로 승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또 "선열들의 죽음을 아깝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후대를 위해서라도 자유민주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서 광주·전남 지역이 고도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기지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방명록에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피로써 지킨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尹에게 남다른 5.18…'그게 헌법정신이다'
'모의재판서 전두환 사형' 광주 민심 자극
아울러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넣자는 여권의 주장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 "5.18정신을 헌법정신으로, 희생자의 넋을 보편적인 헌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정치권에 등판하기 전인 지난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시에도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내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5·18은 어떠한 형태이든 독재와 전제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2월에도 광주고검을 방문해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정신을 깊이 새기고 '현안 사건' 공소 유지에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언급한 현안 사건은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 사건을 말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5.18민주화운동 구속 관련자들과 간담회에서 '학창시절에 모의재판에서 전두환에게 사형 구형을 했던 마음을 지금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그가 서울대 재학시절 5·18 모의법정에서 검사 역할을 맡아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 사형을 구형한 일화는 유명하다.
윤 전 총장은 옛 전남도청에서 오월어머니회를 만나 차담을 하며 "자유와 인권 등을 얘기하면 현 정부와 문제가 있을까 봐 공직에 있을 때는 자제했다"라며 "어머니들의 마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인공지능 사관학교에 들러 광주·전남 지역의 산업 현안을 논의했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 사관학교가 광주의 인공지능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청년들이 스마트농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