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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이 자초한 大정전 위기…전력예비율 한자릿수로 '뚝'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입력 2021.07.16 16:29 수정 2021.07.16 20:58

불볕더위에 예비율 9%대 잦은 목격

2011년 대정전 사태 전조현상 분석도

신한울 1호기 등 원전 가동 지연 여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본관에서 미 의회 코리아스터디 그룹(CSGK) 대표단을 접견,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전력예비율이 30%가 넘는 만큼 추가 원전은 불필요하다." 지난해 5월 청와대 미팅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뱉은 발언이다. 주호영 통합미래당 원내대표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탈원전을 재고해달라고 하자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남짓 흘러 맞이한 상황은 대통령의 현실 감각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불볕더위로 전력예비율이 9%대로 떨어지며 2011년 9월 발생한 대정전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감돈다. 올여름 폭염과 산업활동 증가로 전력 수요는 역대 최고치가 예상되는데 전력공급 예비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돼 사태에 심각성을 더한다.


정부 '탈원전 정책'이 전력 불안정성을 자초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현재 총 24기 원전 중 정비 중인 원전만 무려 8기에 달한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4월 완공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명확한 이유 없이 운영 허가를 질질 끌면서 가동이 지연됐다. 탈원전으로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정부는 영구 정지한 화력발전을 재가동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예비율 9%대로 '뚝'…2011년 대정전 사태 전조현상

올해 첫 열대야가 발생하면서 전력예비율이 10%대 밑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전력 전문가에 따르면, 국가 비상사태나 발전기 고장, 돌발 사고로 인한 대정전(블랙아웃)에 안정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선 전력예비율을 10% 이상 유지해야 한다.


데일리안이 전력거래소 전력예비율을 관찰한 결과, 지난 13일 전력예비율이 9.5%까지 떨어지더니 사흘 내내 한 자릿수대를 오갔다. 하루 단위로는 1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올여름 폭염과 산업활동 증가 여파로 전력 사용량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계속해서 아래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우세하다. 산업부는 경기가 회복하면서 올여름 산업용 전력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예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냉방기기 가동을 위한 전력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여파로 이달 넷째 주 전력예비율이 4.2%(4GW)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정부가 아무 대처 없이 이대로 가다간 2011년 9월 15일 대정전(블랙아웃)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1년 당시에도 8월 하순쯤부터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1년 8월 31일 전력예비율은 7.5%까지 떨어졌다. 당시에도 늦더위에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9월 15일 오후 3시 중순 늦더위에 최대전력수요가 6728만kW까지 치솟으면서 전력예비율은 5%(공급 예비전력 334만kW)로 급락했다. 다급해진 정부가 일시적으로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순환 정전을 실시하면서 전국 212만 가구가 5시간가량 전기가 끊기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원전 멈춰 세우더니'…탈원전이 자초한 전력수급 위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현재 전력 불안정성을 자초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1.4GW 규모)는 2018년 4월, 신한울 2기(1.4GW)는 2019년 2월, 신고리 5호기(1.4GW)는 올해 2월 각각 가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이들 원전 모두 현재까지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중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4월 완공했지만 무려 15개월이 지난 뒤(이달 9일)에야 조건부 운영 허가를 받았다. 신한울 1호기 가동을 위한 절차를 시작해도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것은 내년 3월 말이나 가능하다. 원안위는 이병령 위원을 중심으로 비행기 충돌 위험,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며 허가를 미뤄왔다.


게다가 현재 24기 원전 중 8기가 정비를 이유로 서 있다. 무려 3분의 1 수준이다. 한빛 4호기는 2017년 5월부터 4년 넘게, 한빛 5호기는 작년 4월부터 1년 넘게 정비를 이유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원전 전문가는 "정비 중인 8기 중 작업을 서둘렀다면 지금쯤 몇 기는 가동이 됐을 것"이라며 "원안위가 특정한 이유 없이 재가동 승인을 안 해주면서 가동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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