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오미의 여의도잼] 안 털리는 '김부선 리스크', 골치 아픈 이재명
입력 2021.07.13 07:03
수정 2021.07.13 05:07
李, '해명 다 끝난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사실 여부 떠나 대선 끝날 때까지 논란될 듯
형수 욕설 논란·스캔들 의혹 결합…'여성 표심' 이탈 움직임 '빨간불'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 의혹으로부터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스캔들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지사를 줄기차게 괴롭히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지사는 김 씨와의 스캔들 의혹에 대해 '해명이 다 끝난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씨는 2018년 이 지사의 신체 특정 부위에 있는 '동그랗고 큰 까만 점'을 실제로 봤다고 주장했고, 이 지사는 아주대병원에서 신체 검증을 받은 후 의료진으로부터 "언급된 부위에 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김 씨는 여전히 과거 이 지사와 '불륜 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당내 대권 경쟁자들도 이 지사에게 분명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5일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여배우 스캔들 의혹에 대해 질문하자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는 발언으로 답답한 심경을 표출했지만, 여배우와의 스캔들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지는 형국이다.
특히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선 "제 부족함에 대해 용서를 바란다", "인격 부족이 분명히 있기에 사과드린다" 등 거듭 몸을 낮췄지만, 유독 김 씨와의 스캔들 의혹에 대해선 "그만하면 좋겠다", "인터넷에 치면 다 나온다" 등 까칠한 반응을 보이면서 또 다른 논란으로 파생되는 모습이다.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 등 당내 대권 경쟁자들이 이 지사의 답변 태도의 부적절함을 지적하자, 이 지사는 "지나쳤던 것 같다.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그 여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배우 스캔들 의혹이 형수 욕설 논란과 결합되면서, '여성 표심' 이탈 움직임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작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이재명 지사는 26.9%, 이낙연 전 대표는 18.1%로 각각 조사됐다. 이 지사에 대한 여성 지지율은 전주 대비 2.3%p 하락한 23%였고, 이 전 대표에 대한 여성 지지율은 전주 대비 7.9%p 오른 26%였다. 지난 5일 이 지사의 '바지 발언'으로 여배우 스캔들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점이 여성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전 대표와 달리 이 지사의 경우 종합 지지율에 비해 여성 지지율이 낮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를 틈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 전 대표는 여성 표심을 재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1일 '여성 안전 3가지 정책패키지'를 발표하고, 검증은 후보자 본인 문제로 제한해야 한다는 이 지사의 주장을 정면 비판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이 지사 캠프도 이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지낸 여성학자 출신 권인숙 의원을 공동상황실장으로 영입하며 맞불을 놨다. 권 의원은 이 지사의 여성 관련 정책과 메시지를 진두지휘하며 여성 지지층 끌어오기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과 비전을 내놓아도 '김부선 스캔들' 앞에선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배우 스캔들'이 당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은 물론 본선에서도 정책·비전 경쟁이 돋보이지 않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지난 8일 4차 TV토론회에서 "밤새워 준비한 정책들이 일부 후보의 한마디로 쓸려나가는 걸 보면서 아주 허무한 걸 느꼈다"며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민주당의 문제이고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했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부선 씨가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건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건 객관적 사실로 판단하면 된다"며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대선판이 이 지사의 뜻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사골곰탕도 적당히 끓여먹으라고 하는데 이제는 끓이다가 안 되면 뼈까지 씹어 먹는 형태가 나올 테니까 한번 보라"며 이 지사의 스캔들 의혹을 두고 대권 경쟁자들의 더욱 혹독한 검증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여배우 스캔들 의혹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 지사를 따라다닐 게 분명하다. 이 지사가 어떤 방법으로 '김부선 리스크'를 다룰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