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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건설의 대우건설 흡수, 관전 포인트 세가지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입력 2021.07.07 06:27
수정 2021.07.06 21:32

"주택에 집중된 사업 구조…경영 능력 의문"

이례적인 재입찰, 대우건설 노조 반발 거세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중흥건설 사옥 전경.ⓒ중흥건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는 2조원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9년 이후 20여년간 떠돌이(?) 신세였던 대우건설이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며 합병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나 사업 규모와 범위가 차이가 커 벌써부터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세부 매각 절차를 설계함에 있어서는 ▲매각대금 극대화 ▲거래종결의 확실성 ▲신속한 거래완료 ▲공정한 절차 진행의 원칙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혜·배임' 의혹…대우건설, 반발 변수

이번 인수의 최대 관건은 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다. 10일 만에 이례적인 재입찰로 가격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노조에서는 밀어주기 논란이 거세다.


앞서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매각했을 당시 중동계 사모펀드 자베즈 파트너스(JABEZ Partners)가 우선협상대상자였는데 대우건설 노조의 반발이 있었다.


현재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대우건설 매각에 대응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상태다. 이들은 재입찰을 진행한 것을 두고 '특혜·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도 인수가격이 높아 수정안을 받는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이 2조3000억원을,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각각 써냈다. 인수가격 격차가 5000억원으로 예상과 달리 크자, 중흥건설은 인수 조건 조정을 요청했고, KDBI가 이를 수용하면서 재입찰이 이뤄졌다.


KDBI는 스카이레이크 측에도 수정 조건을 제시하라고 통보했으나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중흥건설은 당초 제시한 2조3000억원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결과를 이뤄냈다. 결국 받을 수 있는 돈을 덜 받게 된 것이어서 배임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는 셈이다.


노조는 "입찰금액을 낮춰주기 위한 재입찰"이라며 "입찰 방해이자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배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대우건설 매각에 대응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상태다. ⓒ데일리안
금호아시아나 인수 실패 '되풀이', 승자의 저주 우려도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과도한 비용으로 인해 후유증을 겪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미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의 인수 실패라는 악몽을 겪은 바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02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1년 만에 졸업한 후,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 당시 인수 적정가는 3조원 정도로 평가됐지만 금호는 이보다 배가 넘는 금액을 써냈다. 결국 금호가 6조6000억원의 인수자금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3년 만에 매물로 나왔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2006~2008년 줄곧 시공능력평가 1위에 자리했던 대우건설은 후순위로 주저 앉았다.


실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11년 산업은행으로 넘어간 대우건설은 2017년 공개 매각을 통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해외채권 부실 문제가 드러나면서 인수가 최총 무산됐다.


토목·플랜트 경험 전무…시너지 효과 있을까

경영 능력이 충분한 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일단 두 기업간 몸집 차이가 너무 크다.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기준 6위 규모의 대형 건설사인 반면 중흥건설그룹도 중견급 건설사이긴 하지만 중흥토건 15위, 중흥건설은 3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중흥은 그간 주택사업에만 집중해 왔다면 대우는 토목·플랜트 등 해외사업장도 여럿 가지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중흥이 제대로 된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흥은 대우건설의 인수를 계기로 토목·플랜트 등 분야로 사업 확장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능력을 보유한 중흥의 강점과 우수한 주택 브랜드, 탁월한 건축· 토목·플랜트 시공능력, 인적자원을 갖춘 대우건설의 강점이 결합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 전문 그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대우를 흡수하는 것이 아닌 분리 경영 체제가 갖춰진다면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중흥이 푸르지오 브랜드를 공유하겠다고 하면 브랜드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직접적으로 경영에 관여하기 보다 분리해 지금처럼 경영한다면 성과는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인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흥이 작은 기업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업 자체가 아파트에 집중됐던 곳"이라며 "반면 대우는 주택은 물론이고 토목과 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쪽으로는 전혀 경험이 없는 중흥이 대우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견이 대형 건설업체를 먹는 형국이라 브랜드 가치 등이 떨어져 재건축 및 재개발 시장에서 예전과 같은 위상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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