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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레드준표'의 블루 변신?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1.07.06 00:10 수정 2021.07.06 00:00

연초 대정부질문 때부터 변화 감지

국민보고대회·초선의원 특강 때

파란색 계통의 넥타이·마스크 착용

10년 더 된 드레스 코드마저 바꿨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올해 연초부터 10년 넘게 즐겨 착용했던 빨간색 계통 대신 파란색 계통의 드레스 코드를 선보이고 있다. 홍 의원은 무소속 신분이던 올해 2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나섰을 때 파란색 계통의 넥타이를 착용한데 이어, 3월 마포포럼 주제발표에 나섰을 때도 파란색 넥타이에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5월 복당계 제출 사실을 알리는 국회 기자회견 때에도 파란색 마스크와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으며, 국민의힘 복당이 이뤄진 뒤인 지난달 29일 국민보고대회 때도 파란색 넥타이와 마스크에 정장도 파란색 계통으로 세팅했다. ⓒ데일리안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마지막 정치 도전으로 여겨지는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오랫동안 착용했던 빨간색 계통 대신 파란 넥타이, 마스크와 푸른색 와이셔츠 등 파란색 계통의 새로운 드레스 코드를 선보이고 있다.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기존 이미지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준표 의원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파란색 계통의 넥타이 등을 즐겨 착용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인뎁스 국민보고대회 뿐만 아니라 이튿날 초선 의원 공부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 특강에 나섰을 때에도 각각 다른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연초부터 감지됐다. 홍준표 의원은 스스로 "15년만에 나섰다"고한 올해 2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를 상대로 공방을 주고받을 때 옅은 푸른색 계통의 넥타이를 착용하고 연단에 올라 정치권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홍 의원이 빨간 넥타이만 고수해왔던 것이 10년도 더 된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였던 지난해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개정하면서 당색을 기존 빨간색 일색에서 빨간색·파란색·흰색 등 복수의 색깔로 바꾼 것이 홍준표 의원의 드레스 코드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당색이 빨간색 외에도 추가된 만큼, 홍 의원도 파란색 계통의 옷과 넥타이를 착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추측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분석이다. 홍준표 의원은 보수정당의 당색이 빨간색으로 바뀐 2012년 새누리당 창당 이전부터, 보수정당이 당색이 파란색이던 한나라당 시절부터 '독야홍홍(獨也紅紅)' 빨간 드레스 코드를 홀로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당색과 무관한 자신만의 생각이 있다는 뜻이다.


당색 파란색이던 한나라당 시절에도
홍준표, '독야홍홍' 빨간 넥타이 고수
대표로 선출되던 체조경기장에서도
남경필·유승민과 달리 홀로 '레드준표'
한나라당 시절이었던 2011년 당시 홍준표 의원의 모습. 당시 한나라당의 당색은 파란색이었지만 홍 의원은 빨간 넥타이를 매고 7·4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고, 전당대회 당일도 경쟁 당권주자들과는 달리 홀로 빨간 넥타이를 매고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으로서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설 때도 빨간 넥타이 차림이었으며, 이명박 대통령·박희태 국회의장·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회동할 때에도 빨간색 계통의 와이셔츠를 착용했다. ⓒ데일리안

홍준표 의원이 2011년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지던 모습을 보면 당시 한나라당의 당색이 파란색이라 당사 기자회견장 백보드가 파란색인데도 이와 대비되는 홍 의원의 빨간 넥타이가 도드라진다.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될 때에도 경쟁 당권주자인 남경필·유승민·나경원 의원은 파란 넥타이이거나 파란 상의를 입은 반면, 홍 의원만 선명한 빨간 넥타이 차림이다.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으로서 2011년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할 때도 빨간 넥타이를 맸다. 이해 11월 정기국회에서 한미FTA의 국회 비준을 둘러싸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박희태 국회의장,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회동할 때에도 다른 주요 인사들은 모두 파란색 계통의 넥타이를 맨 반면, 홍 의원만 빨간색 계통의 와이셔츠에 노타이 차림이었다.


이같은 홍준표 의원의 '빨간색 사랑'은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뀌어 당색이 빨간색이 되고, 홍 의원 자신은 여의도에서 경상남도의 도백(道伯)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계속됐다.


국회에 예산정책협의회나 당정협의를 위해 상경할 때에도 빨간 넥타이를 매거나 노타이 차림일 때에는 빨간 스트라이프 와이셔츠 등을 착용했다.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이 홍 의원과 무상급식 담판을 짓겠다며 3월에 경남도청에 내려갔을 때에도 당시 경남도지사였던 홍 의원은 빨간 넥타이를 맨 채 맞이했다.


경남도지사 시절에도 빨간색 사랑은 여전
경남 내려온 文도 빨간 넥타이 매고 맞이
5월 9일 패배 인정 때까지도 빨간 넥타이
JP 예방할 때에는 빨간 목도리 등장하기도
경남도지사 시절의 홍준표 의원은 빨간색 스트라이프 와이셔츠 차림으로 당정협의에 참석하거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무상급식 토론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임했다.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을 때나 대선 선거일 저녁 당사에서 패배를 인정할 때에도 항상 빨간 넥타이 차림이었다. ⓒ데일리안

2017년 3월 31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을 때에도, 그해 5월 9일 중앙당사에서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발언을 할 때에도 종류는 다르지만 항상 빨간 넥타이가 홍준표 의원과 함께 했다. 당색이 빨간색인 한국당의 대선후보였기 때문에 당연한 드레스 코드로 볼 수도 있지만, 당색이 파란색이었던 한나라당 시절에도 '독야홍홍'이었던 홍 의원의 취향이 더 크게 반영됐다고 보는 게 합당해보인다.


대선에서 분루를 삼킨 홍준표 의원은 잠시 미국에 다녀왔다가 그해 7·3 전당대회를 통해 한국당의 원외 당대표로 정계에 복귀했다. 당시 한국당은 대선 패배에 반성과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전당대회를 이원 개최, 당권주자들은 경기 남양주의 한 감자 농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당대표 선출의 소식을 전해듣고 두 주먹을 불끈 치켜든 홍준표 의원의 복장은 빨간 트레이닝 윈드브레이커 차림이었다.


이듬해 6·13 지방선거까지 한국당을 이끈 홍준표 의원은 한국당 대표 시절에도 줄곧 빨간색 드레스 코드를 유지했다. 노타이 차림일 때에도 빨간 와이셔츠에 핑크색 정장 웃옷을 걸치기도 했고, 한국당 대표로서 관훈토론에 초청받았을 때에는 진한 빨간 넥타이에 같은 계열의 조끼를 정장 안에 껴입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넥타이, 와이셔츠, 조끼 외에 빨간색 드레스 코드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이 선보이기도 했다. 일례로 홍준표 의원이 2018년 연초에 당시 생존해 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JP)를 예방하기 위해 청구동 자택을 찾았을 때에는 빨간색 목도리를 둘렀다.


내년 3·9 대선에 사반세기 정치인생 걸었나
10년 더 된 드레스 코드 파격적 변신 주목
"빨간색이 정의·열정·순수라 좋아했는데
너무 고집스럽다고 해서 바꾸고 있는 중"
홍준표 의원의 2017~2018년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의 모습. 7·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될 때 빨간 트레이닝 윈드브레이커 차림이다. 관훈토론에 초청받았을 때에는 정장 안에 빨간 넥타이에 빨간 조끼를 껴입었다. 2018년 연초 김종필 전 국무총리(JP)를 예방했을 때에는 빨간 목도리를 둘렀다. ⓒ데일리안

이처럼 10년 넘게 빨간색 드레스 코드만을 고수해왔던 홍준표 의원이 올해 연초부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예사롭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여의도에 홍준표 의원 하면 상징색이 '빨강'으로 뇌리에 박혀있다시피 하고, 정치인으로서 '레드준표'라는 애칭까지 얻은 마당에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각오가 바탕에 깔려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빨간색은 강렬하지만 고집스런 이미지를 갖고 있다. 확장성을 갖춰야할 필요가 있는 홍준표 의원이 상징색을 바꿔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한 이미지로 대권 도전에 나서려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내년 3·9 대선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이래 사반세기의 정치 인생 모든 것을 건 도전이 될 것이니만큼 절실함을 반영한 변신의 시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최근 라디오 출연에서 "빨간색이 정의와 순수, 열정 등을 상징해서 워낙 좋아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고집스럽다고 바꾸라고 해서 넥타이 색깔부터 바꿔본 것"이라며 "바꾸라고 해서 바꾸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은 안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방법이 없다. 바꾸고 있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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