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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조우진 "배우에게 작품은 운명, 한 눈 팔 생각 없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7.04 16:14
수정 2021.07.04 16:15

'발신제한'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 중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

'내부자들', '도깨비', '마약왕', '도굴' 등 출연

배우 조우진이 '발신제한'을 통해 데뷔 22년 만에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그 동안 '신 스틸러', '명품조연'이란 수식어를 가지고 있던 조우진은 이 작품에서 그 동안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내공을 집약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 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출근길 아침,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는 도심 추격 스릴러다. 스페인 원작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개'를 토대로 한국 사회와 정서를 가미해 재구성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조우진이 연기 만으로 2시간을 끌고 나갔다는 평들을 줄이어 내놓고 있다. '내부자들'의 조상무, '마약왕'의 조상구 '도깨비'의 김비서는 온데간데 없고 폭탄이 실린 차 안에서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은행 센터장 이성규만 있었다. 이에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5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로 기록됐다.


조우진은 '발신제한'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를 떠올렸다. 타격감과 속도감이 함께 느껴지는 시나리오는 처음이라 자기도 모르게 깊게 빠져들었다고 전했다.


"기분 좋게 늪에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빠른 시간 내에 감정이입이 됐고 모든 인물들이 소중해보였어요. 악행의 명분까지도 이해가 됐죠. 시나리오는 100km로 달리는 느낌이었는데 영화로 보니 150km로 달리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웃으면서 '발신제한'의 뒷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지만 사실 조우진은 김창주 감독의 캐스팅 제안을 한 차례 거절했었다.


"시나리오가 재미 없어서 그랬던 건 절대 아니고요. 차 안에서만 연기하는 것도 어려운 역할일 것 같았어요. 엄청난 흡입력이 필요한데 제가 잘 할 수 있을가 겁도 났고요. 그러다 김창주 감독님과 제작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열정이 엄청나시더라고요. 이 분들이라면 어렵더라도 내가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란 믿음이 생겼어요."


'발신제한'은 '명량', '베를린', '끝까지 간다' 등을 편집한 김창주 감독의 데뷔작이다. 조우진은 김창주 감독이 편집했던 작품들에 대한 믿음과 그의 열정에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저보다 성규란 인물에 감정이입을 더 하셨을 겁니다. 매 순간 긴장이 되는 현장이었지만 차분하게 저희를 이끌어주셨어요. 그럼에도 불구 야수같은 직관적인 면을 소유하고 있어요. 편집점을 다 계획하고 계셨기 때문에 구체적인 디렉션을 해주셨어요. 그게 많은 도움이 됐죠."


성규는 자동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폭발을 시키겠다는 의문의 인물과 통화를 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헤쳐나간다. 또 두려움, 죄책감, 분노, 공포, 아이들의 안전 등 여러가지 감정을 겪는다. 빠르게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기 위해 조우진은 성규의 감정을 조각내 극대화 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상황을 마주한 감정을 세분화 시켰어요. 감창주 감독님께서 '발신제한'을 두고 '터져나오는 본능적인 찰나를 건지는 영화'라고 말해주신 적이 있어요. 그 어떤 작품보다 상황에 대해 몰입하고 거기서 나오는 호흡을 나눠서 성규의 그 찰나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조우진은 딸 역할로 호흡을 맞춘 이재인이 없었다면 '발신제한'의 성규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인을 후배배우가 아닌 동료로 생각하고 있었고, 현장에서 만족을 모르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에 매번 감탄을 했다고.


"이재인 캐스팅 소식을 듣자마자 만세를 불렀습니다.(웃음) '사바하'에서 이재인의 연기를 잘 봤어요. '봉오동 전투'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마지막에 성유빈을 바라보며 헤어지는 장면에서 표정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걸 보고 놀랐었어요. 그 배우가 제 딸을 한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재인에게 후배가 아닌 동료니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더니, 그렇게 해주더라고요. 역시나 지독하리만큼 캐릭터를 파고들고 탐구하는 모습을 봤어요. 저는 그 나이 때 재인이처럼 연기하지 못했을 겁니다."


코로나19 속에 현재 '발신제한'은 4일 영화진흥원 통합전산망 기준 64만 1698명의 관객을 동원 했다. 조우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된 영화산업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저 배우로서 '발신제한'이 관객들이 극장가를 찾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길 바랐다.


"어려운 시기에 감개무량한 일이지만 우리는 수치로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다보니, 그저 많은 분들이 영화를 찾아와주시길 바라요. 그리고 본 후에는 '영화관에서 보길 잘했다'란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대구에서 상경해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해 2015년 '내부자들'의 조 상무 역으로 눈도장을 찍기까지 무명 기간이 길었다. 그리고 그는 2021년 첫 주연작 '발신제한'을 내놓기까지 이 모든 일은 '기적'이라고 감사했다. 작품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앞으로도 역할을 가리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열심히 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과감한 선택을 해주시고 저에 대한 애정을 느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연기했어요. 특히 '저 배우는 다른 현장에 있다 왔구나'란 생각이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집중했습니다. 저는 이 작품으로 주연배우에 등극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건 보시는 분들이 판단하는 거죠. 이것에 영향을 받아 다른 선택지점을 찾는다거나, '해보고 싶은 걸 하겠다'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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