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치선언] 정권교체 '느낌표' 입당시기 '물음표'
입력 2021.06.30 00:00
수정 2021.06.29 22:38
"정권교체 절실함으로 나섰다" 방향성 명확히 해
입당 언급하지 않고 "국민의힘과 정치철학 같다"
'출마선언'이 아니라 '정치입문 총론' 공개한 자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정치참여 선언을 하면서 잠잠하던 대선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날선 비판과 함께 '정권교체론'을 띄웠다. 또 야권을 향해선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윤 전 총장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쏠렸다.
"정권교체 절실함으로 출마" 뚜렷한 방향성
윤 전 총장은 이날 선언문에서 자신이 왜 정치를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동안 의문부호가 찍혔던 정치적 방향성도 명확히 했다.
"정권교체"를 8차례 거론하며 "이런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면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이 정권은 상식을 내팽개치고, 권력을 사유화해 국민을 약탈하는 정권"이라며 "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야권 1강 주자인 윤 전 총장이 정치 일성으로 '반문(反文)연대' 깃발을 들어올린 것으로 해석했다.
또 "국민들이 뻔히 보고 있는 앞에서 오만하게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에게 공정과 자유민주주의를 바라고 혁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망상"이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입당' 언급 없이 "국민의힘과 정치철학 같다"
윤 전 총장은 정치권 최대 관심사인 국민의힘 입당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선언문에는 '입당'이라는 단어나 어슷한 어취조차 없었다.
이날 행사장에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참석했지만, 윤 전 총장은 기자들의 입당과 관련한 질문에 "정치철학 면에서 생각을 같이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내놨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구체적으로 언제 참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선 지금 이 자리에서 답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X파일 논란, 검찰의 중립성 문제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답변한 것과 달리 입당 이슈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당장 입당을 언급하거나 결정을 단행할 경우, 핵심 지지기반인 중도‧무당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윤 전 총장은 정치 외곽을 무대로 대권행보를 강화하며 입당 명분을 쌓은 뒤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총장 측도 입당 문제는 민심 청취 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尹행사장 몰려간 野…지도부도 '입당 문' 활짝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선언을 환영하며 입당을 재촉했다.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다수 국민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평했고, 김기현 원내대표 "꽃다발을 준비해두고 있다"며 입당의 문을 활짝 열어뒀다.
이날 행사장에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참석하며 '윤석열계'가 태동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 권성동 의원 등이 참석했다. 대부분 '공식 초청'을 받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의 선언문에는 '대선'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대선출마선언이라고 했지만, 윤 전 총장 캠프는 행사의 공식 명칭을 '국민 기자회견', '정치참여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야권 관계자는 "오늘은 대선 출마선언이 아니라 윤 전 총장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라는 것"이라며 "그래서 대선출마 선언에 필수적으로 담겨야할 공약이나 캐치프레이즈도 없었다. 오늘 총론을 제시했고 입당 문제 등 각론은 차례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