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진화(進化) 중인 ‘이준석 돌풍’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입력 2021.06.30 07:09 수정 2021.06.28 16:07

이념에 갇혀 있는 기성 정치의 틀 깨고 실용주의적 정치

국가 위해 희생한 유공자 기리고 예우에 우열 없다는 신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with 준스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with 준스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행보가 거침없다. 이 대표는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만나 앞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를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당 대표로서 제지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자들에게는 노 전 대통령이 세우려 했던 가치도 ‘우리 당의 가치로 편입 시켜 더 발전 시켜 나아가겠다’라고 밝혔다. 보수정당인 제1야당 대표가 보수의 상징이라 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보다 노 전 대통령 묘역을 먼저 참배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지만, 그의 가치를 당의 가치로 편입 시키겠다는 거침없는 주장이 놀랍다. 현 정권에 실망한 탈진보 세력을 흡수하려는 전략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념에 갇혀 있는 기성 정치의 틀을 깨고 실용주의적 정치를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자신감으로 보인다.


당 대표 경선을 계기로 불기 시작한 ‘이준석 돌풍’의 진원지는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변혁에 대한 열망이었다. 기득권 지키기와 진영 대결 논리에만 빠져있는 정치권에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30대의 ‘이준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일대 경종을 울린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기대는 여러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 대표 본경선 시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무려 58.76%의 지지를 얻었다. 또한 지난 20일 발표된 머니투데이-PNR 리서치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 대표가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긍정 기대는 57.5%로 송영길 민주당 대표(31%)를 압도하고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기대에 부응이나 하듯, 이 대표의 그간 행보는 기성 정치권의 공식과 사뭇 달랐다.


지난 13일 언론에서는 백팩을 맨 채 ‘따릉이’를 타고 첫 출근하는 이 대표의 사진이 단연 화제가 됐다. 그 사진은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근엄하게 출근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에 익숙한 국민에게 샘물 같은 청량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몇몇 여권 정치인들이 정치적 쇼라는 식의 질투 어린 반응을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정치변화를 예상하기에 충분한 상징적 메시지였다.


당 대표로서 첫 공식 일정으로 역대 대통령들이 안장된 서울현충원이 아니라 천안함 희생 장병들이 잠들어 있는 대전현충원을 참배한 것도 기존 정치권 인사들과 차별화된 행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을 기리고 예우하는 데 우열이 있을 수 없다는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동안 당 대변인은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현역 의원 등으로 임명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런 기득권을 내려놓고 토론배틀로 선출하겠다고 공약했다. 말만 앞세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이 아니라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취지였다.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현재 토론배틀은 10대부터 70대까지 무려 564명이 지원하는 등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8강전인 2대2 토론배틀부터는 TV 생중계하고, 국민이 문자투표에도 참여할 수 있다. 정치도 예능처럼 재미있을 수 있음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당 대표 경선 중에 당내에서는 소속 의원과 당원들이 대부분 노장년층인데 ‘0선, 30대’의 이 후보가 과연 당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일반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와는 달리 당원 조사에서는 나경원 후보(40.93%)보다 낮은 37.41%의 득표에 그쳤던 것만 보더라도 당원들의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국민의힘 당내 경선 결과). 하지만 취임 이후 그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보들은 수구 꼰대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개혁하고, 지지층을 확장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신규로 입당하는 당원들이 지난해 대비 약 10배 급증하고, 특히 2.30대와 호남권에서의 입당자가 줄을 잇고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리얼미터 조사에 의하면 당 지지율도 6월 들어 민주당과의 격차를 더 벌이며 고공행진 중이다(YTN 의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힘입어 당내 분위기도 한층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이준석 돌풍’은 진화(進化)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지 여부는 속단할 수 없다. 그가 추진하고 있는 일종의 정치실험이 실패한다면 당내 갈등을 일으키다가 사그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국민의 힘을 넘어 정치권 전반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이 이 대표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이유다. 민주당도 ‘개혁의 주체’라는 오만과 환상에서 벗어나 창의적. 선제적으로 변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주춤거리다가 돌풍에 휩쓸릴 수 있다.


ⓒ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