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의 돌직구] 文정부 전기요금 인상 차기 정부에 전가하지 말라
입력 2021.06.24 07:00
수정 2021.06.24 05:54
인상 유보할수록 文정부 부담 덜고
차기 정부에 안겨지는 부담은 백배
전기요금 정치도구화 준엄한 심판 받는다
정부가 전분기에 이어 3분기 전기요금도 동결했다. 올 초부터 국제유가와 연료비가 급격하게 치솟아 요금 인상의 적기였는데도 말이다. 전기요금을 2개 분기 연속 인위적으로 묶어놓으면서 애당초 연료비 연동제는 왜 도입했냐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말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며 기어코 전기요금 체제를 뜯어고친 게 현 정부다. 국제 연료가격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한국전력에 부담을 안기는 상황을 참을 만큼 참았다는 뉘앙스였다. 그랬던 정부가 막상 적기가 왔는데도 인상을 미루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높은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 안정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지만 산업부 출입기자 입장에서는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는다.
연료비 연동제는 분기별 최대 인상폭을 kwh당 ±3원으로 제한해놨다. 이번 분기에 최대 3원을 인상했다고 하더라도 월평균 350kWh의 전기를 쓰는 4인 가구 요금이 월 1050원 오르는 수준이다. 더구나 지난 1분기에 이미 전기요금을 깎아줬기 때문에 요금을 올려도 원상회복 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손을 대야 한다면 몇 천원에서 많게는 몇 만원 단위로 오른 밥상물가가 우선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번 조치에 '국정 지지도 하락'과 '다음 연도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전기요금에 대한 최종 결정은 전기위원회에서 내리지만 국회 정단 간 기조나 정책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독립적인 기관으로 볼 수 없다.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을 결정한 지난 21일은 '이준석 효과'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39.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시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39.6%)이 제1야당 지지율에 추월당했다. 4월 첫째 주 대통령 지지율(한국갤럽)은 역대 최저인 32%까지 곤두박질쳤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국면을 바꿀 회심의 카드를 찾아야만 했다. 바로 전기요금 동결이었다.
하지만 전기요금 상방 압력(인상될 여지가 큰)은 나날이 더해져 가고 있다. 발전용 연료 천연가스가격은 1년 전보다 96% 올랐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산으로 수요가 늘면서 유가가 3년 안에 배럴당 100달러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국면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하면 문재인 정부 책임은 덜어지고 다음 정부에 안겨지는 부담은 가중된다. 정부 셈법이 치밀하다.
애당초 연료비 연동제가 정치적 도구화를 위해 도입됐다는 지적까지 거세지고 있다. 문 정부는 합리적인 전기요금 책정을 위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으면 그 취지에 맞게 후속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만약 계속해서 연료비 연동제를 정치적 도구로 악용한다면 대통령과 정부는 임기 종료 이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