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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의 i-노트] 깜냥 안 되는 코인거래소…신뢰는 어디에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입력 2021.06.20 07:00 수정 2021.06.20 05:42

일관성 없는 상장 기준에 투자자 배려는 실종

고액 수수료로 배불리기에 급급…신뢰 회복해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뉴시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그동안 묵혀왔던 ‘잡코인’ 정리에 부랴부랴 나서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더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기준도, 일관성도 없는 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을 믿고 거래해준 고객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잇따른 잡코인 폐지는 가상화폐 상장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나름대로 검증을 거쳤다는 거래소들의 주장이 맞다면 특금법에 등 떠밀린 무더기 상장폐지가 이뤄질 이유가 없다. 가상화폐 광풍 이면에 감춰져 있었던 가상화폐거래소들의 부족한 자질이 만천하에 다 드러난 셈이다.


특히 대다수의 거래소가 가상화폐 상장폐지를 기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자질을 의심할만한 대목이다. 거래소 중 메이저로 꼽히는 빗썸과 업비트조차 갑작스럽게 상장폐지 코인을 공지하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정도니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다.


만약 확고한 기준이 있어 상장과 폐지에 떳떳했더라면 이런 식의 일처리는 상상하기 힘들다. 단순히 영업비밀이라는 명목 하에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고객들은 그동안 거래소들에 지불해온 막대한 수수료의 책정 근거에도 의문을 갖는다. 거래소들은 거래금액의 최대 0.25%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기면서도 고객들에게 안전한 거래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는 외면했다.


우려되는 점은 거래소들의 이같은 행태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당수의 코인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습적인 잡코인 정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거래소들이 신뢰를 되찾고 제도권에 안착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보여줬던 아마추어와 같은 행태는 완전히 벗어 던져야 한다. 가뜩이나 사행성 논란으로 가상화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배불리기에만 급급하다면 그 가치는 불법 도박 사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들과의 신뢰는 거래소의 생명과 직결된다. 그리고 신뢰는 안정적인 거래와 명확한 상장 기준 마련 등 거래소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했을 때 비로소 생긴다. 투자자로부터 얻은 수익으로 투자자들의 안전을 확보해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거래소들의 존재 가치도 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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