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라를 찾습니다”
입력 2021.06.19 08:30
수정 2021.06.19 13:01
이준석 돌풍, 정권 탈환 위해 세대교체 정치교체 요구한 것
박근혜 팬심 “탄핵 잠시 안고 가되 잊지 않아”
2017년 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어처구니없게 해치워졌다. 언론의 태블릿 PC 허위·조작 보도부터 검찰의 증거 은닉·조작, 촛불선동집회, 국회 탄핵소추, 헌법재판소 결정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였다. 헌재 재판관 8명은 비겁하게도 ‘전원일치’를 선택했다. 탄핵 사유 중 확인된 사실은 대통령 연설문 문구에 관해 최서원 씨한테서 몇 번 조언 받은 것이 전부다.
경제적 공동체, 묵시적 청탁 등의 조어(造語)를 밑천으로 박근혜 최서원 이재용 세 사람을 엮어 감옥 보낸 것도 다르지 않다. 가장 청렴한 대통령이었다는 박근혜가 단 한 푼 뇌물을 받았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마녀사냥 탄핵과 사법처리를 규탄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사실상 박근혜를 갖다 바친 새누리당 배신자들까지 정권 탈환을 부르짖는 것은 기막힌 광경이다.
김무성 유승민 전 의원이 탄핵의 중심에 있었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이는 탄핵 1년 전 새누리당 총선 공천 분란의 끝판 ‘김무성 나르샤 옥쇄파동’에 맥이 닿아 있다. 민주당 측과 집권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공모한 탄핵소추안 가결에는 최소 62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가담했다. 집권당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을 모의하고 실행한 것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탄핵은 헌법 가치를 지키고 헌정을 수호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었다”는 김무성의 말을 순순히 믿는 사람은 없다. 당시 민주당 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2019년 박지원 의원은 월간지 인터뷰에서 “김무성 의원을 통해 새누리당 의원 40여명을 포섭했다”고 밝혔다. 김무성은 부인했다. 그는 “나와 박지원 의원이 여야 원내대표를 할 때 사상 최고로 잘 돌아갔다”고 말한 적이 있다.
30대 리더 불러온 ‘라떼정치’
0선(選) 이준석 대표(36)는 국민의힘에 아직 낯설다. 그의 경선 승리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올 것이 온 것이고, 결과적으로 주류 정치인들이 상황을 만들었다. ‘라떼정치’는 여·야당이 한 가지다. 이준석 돌풍은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간절하게 표출됐다는 것이 본질이다. 민심은 그 매개체로 세대교체 정치교체를 택했다. 이 요구는 마다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알려진 대로 이준석은 스물여섯 살이던 2011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발탁한 ‘박근혜 키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혁신위원장을 지냈고, 탄핵정국에서는 박근혜를 맹비판했다. 이어 김무성 유승민 등 의원 16명과 함께 탈당했다. 바른정당 바른미래당을 만들어 미래통합당(국민의당 전신) 고사(枯死)를 겨냥했지만 분노의 퇴짜를 맞았다.
2년여 방황 끝에 그들은 군색하게 원대 복귀했다. 당을 버렸던 세력이 당권을 잡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준석은 “유승민 전 의원과 정치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준석이 김무성 유승민에게 면죄부를 주고, 유승민 대선후보 만들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맥락이 같다.
‘배신의 아이콘’ 김무성 유승민 원죄는 오래 주홍글씨로 남을 것이다. 지난해 총선에 두 사람이 출마하지 않은 것은 여론의 뭇매가 무서워서였지 참회의 연장이 아니었다. 이준석은 일정 부분 그 멍에를 지고 있다. 박근혜 팬에게 탄핵은 잊힐 사변(事變)이 아니다. 대의(大義)를 위해 분노를 잠시 안고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는 탄핵 평가 또한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이준석 보수 가치․노선 확고
이준석은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 준 박근혜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동시에, 탄핵은 정당했으며 이제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무계파 시대에 이준석이 유일한 계파 출신이라는 지적은 근거가 없지 않다. 이준석 부친과 유승민이 친구며, 이준석은 유승민 의원 밑에서 인턴을 했다. 김무성 유승민 계파라는 주장은 이준석이 탄핵 반란의 주역과 함께 탈·복당한 것에 인턴 경력 등이 더해져 나왔다.
이준석이 제시한 보수우파 노선은 확고하다. 그는 공정과 경쟁을 보수의 핵심 가치로 설정했다. 그리고 보수의 새로운 안보, 경제, 교육 가치를 강조했다. 이는 진보 쪽의 환경, 노동, 인권을 감안한 일종의 차별화다. 또 성장과 분배 중 성장을 중시하고, 해고는 쉽게 복지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북한은 어차피 체제경쟁을 통한 흡수통일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북한과는 타협할 일이 없다고 했다.
지극히 당연한 일에 안도하고 기대하는 것은 나라를 도둑맞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권 탈환보다 절박한 숙제는 없다. 제1야당 대표 이준석은 나라를 되찾는 데서 반듯한 통로가 돼야 한다. 이준석의 길은 이것이다.
글/한석동 전 국민일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