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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유보부이첩 갈등 '판정승'…입지 쪼그라든 공수처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입력 2021.06.15 17:35
수정 2021.06.15 18:01

서울중앙지법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이라는 명확한 근거 못찾아"

검찰권 강력 견제수단 확보 구상 어그러져…무용론 재점화 되나

공수처 "사법부의 판단 계속 지켜보겠다"

김오수 검찰총장(사진 오른쪽)과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공수처 대변인실

법원이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유보부 이첩'을 주장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실상 '판정패'했다.


공수처는 공소권 유보부이첩을 사무 규칙에 못 박아 검찰권에 대한 강력한 견제 수단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사실상 사문화되면서 입지가 더욱 축소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이 검사 등에 대한 공판준비 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본안에 대한 심리를 이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정적인 견해는 아니지만, 잠정적으로 검찰의 공소제기가 적법한 것을 전제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3월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중 이규원 검사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면서 최종 처리는 공수처에 넘기라는 유보부 이첩을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공수처의 요청을 '패싱'하고 이 검사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


이에 이 검사 측은 검찰이 공수처의 재이첩 요청을 무시한 채 기소한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이 사건에 대해 각하 판단을 내리고 기본권 침해 여부는 해당 사건을 맡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며 공을 넘겼다.


또 지난달 4일 공수처가 유보부 이첩을 명문화한 사건·사무규칙을 관보에 게재하자 대검은 입장문을 통해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이라며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은 공수처법 제45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맞대응하는 등 양측의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결국 법원이 유보부 이첩 갈등에서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수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별다른 조건 없이 검사 범죄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로 하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탓이다.


특히 공수처는 출범 직후부터 정치적 편향성 논란, 인력난 가중, 수사 전문성 등 잇따른 논란으로 여야 안팎에서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검찰권 견제 수단 확보 구상까지 꼬이면서 공수처 무용론은 더욱 가중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공수처는 이날 법원의 판단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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