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기업 자금사정 양극화 심화"
입력 2021.06.15 11:00
수정 2021.06.15 10:58
1Q 상장사 재무안정성 분석...지난 1년간 K자형 양극화
주요 코로나 피해업종 자산매각 통한 현금 확보 주력
운영자금 확대 등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 강화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1년이 경과하면서 국내 기업 자금 사정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액 상위 일부 기업들을 제외한 대다수 상장사의 재무안정성이 악화되면서 기업 자금사정의 ‘K’자형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15일 코스피 및 코스닥 비금융 상장사 820개사의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 재무제표를 비교․분석한 결과,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차입금의존도가 기업규모별로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1분기 상장사 전체의 차입금의존도는 21.6%로 전년동기 대비 0.8%포인트 감소했지만 이를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매출액 상위 20% 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21.8%로 전년동기 대비 1%포인트 감소해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
반면 하위 80% 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20.6%로 전년동기 대비 0.5%포인트 증가해 재무안정성이 악화됐다.
한경연은 “올해 1분기 중 매출액 하위 80% 기업들은 자산보다 차입금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기업 자금사정의 ‘K’자형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5대 코로나19 피해업종의 1분기 차입금의존도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관광레저(8.4%p)·면세점(2.2%p)·조선(0.7%p) 등은 1분기 차입금의존도가 전년동기 대비 증가해 팬데믹 초기에 비해 재무안정성이 악화됐다. 반면 항공(△8.9%p)·숙박(△0.6%p) 등의 차입금의존도는 전년동기 대비 감소함으로써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
관광레저업종은 영업환경 악화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차입금 확대(51.5%)로 대응하면서 차입금의존도가 8.4%포인트나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국내외 관광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1분기 이후 관광레저업종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출(기업이 제품의 제조·판매 등 주요 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출입)도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항공업종은 업황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차입금 규모가 10.9% 감소하면서 차입금 의존도가 8.9%포인트 하락했다.
한경연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작년 1분기 당시 항공업종의 차입금의존도가 60%에 육박했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차입금을 상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항공업종의 차입금의존도가 50%를 상회한다”며 “재무구조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금흐름을 통한 업종별 자산변화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피해업종 중 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면세점·조선·관광레저·숙박 등 4개 업종의 올해 1분기 ‘지분·금융상품 및 기타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이들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화가 용이한 지분 및 금융상품 등의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업종별 1분기 지분․금융상품 및 기타자산 증감액은 면세점이 -1조814억원으로 가장 많은 감액을 기록했고 조선(-4372억원)·관광레저(-668억원)·숙박(-289억원) 등의 순이었다. 항공은 1조6311억원 증가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상당수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더구나 관광레저·음식·숙박 등 코로나 피해업종은 대부분 자산 매각과 차입금 확대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자금 금융지원 확대 등 코로나19 피해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