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강도 낮추면서 수익은 유지”…출구 없는 갈등에 택배업계 근심만
입력 2021.06.15 07:01
수정 2021.06.14 16:08
분류 인력 투입 놓고 사측과 갈등, 이번엔 수수료 문제로 정부와 대립각
택배산업 주체 간 합의 난망…애꿎은 소비자, 소상공인 피해 누적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 쌓여 있는 택배 물량.ⓒ데일리안
갈수록 격화되는 택배 노사 간 갈등에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분류 인력 투입 시기를 놓고 택배사와 노조 사이 시작된 갈등이 이제는 정부와 노조 간 갈등으로 번지면서 해결책을 찾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파업 등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과 소상공인들의 피해도 점차 누적될 수 있어 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1일 국토교통부가 물량감소분에 대한 수수료 보전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 반발, 이번 주부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택배 현장에 분류 인력을 즉각 투입하라며 택배사를 겨냥했던 노조의 화살이 이번에는 주무부처인 국토부로 향한 것이다.
노조 측은 사회적 합의기구가 출범할 때 노동시간 단축방안으로 물량감축이 제시됐고, 이에 따른 임금 감소분을 수수료 인상을 통해 보전하는 방식이 논의됐는데 국토부가 수수료 보전 대책을 뺀 채 합의 초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노동 강도는 줄이고 수익은 유지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택배업체 한 관계자는 “택배기사는 본인이 맡은 배송물량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데 물량을 줄이거나 담당구역을 쪼개 노동강도를 낮추면 수익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은 수수료를 올려달라는 얘긴데 그러려면 택배단가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며 “노조의 요구대로 당장 분류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고 비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결국 택배사, 노조, 대리점, 정부 등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한 주체들이 합의안을 마련할 때까지는 상당 부분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합의안이 마련될 때까지 파업이 계속될 경우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들과 이를 활용해 경제활동을 하는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누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택배기사 4만여명 중 노조 가입 기사는 65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쟁의권이 있는 2000여명 정도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노조원 비중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배송 지연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체 인력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사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높아지면서 냉동식품과 신선식품을 주문하는 소비자들도 걱정이 앞선다는 반응이다.
온라인 판매 비중 높은 농수축산물 소상공인들의 불안감도 높다. 대부분 택배를 이용해 판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물류대란이 장기화되고 악화될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이유식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배송을 하고 있는데 파업 여파로 냉장식품 접수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면서 “가까운 곳은 직접 배송을 하고 있지만 먼 지역은 배송이 불가능해 주문을 중단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주문 분량에 맞춰 채소, 고기 등 식재료 주문을 미리 해뒀는데 배송이 안 되면 식재료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택배 배송이 하루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 11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택배 노조의 총파업으로 택배 운송이 파행을 겪고 있다”며 “온라인이나 전화주문으로 상품을 택배 배송하는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극심하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일부 지역은 택배 수취가 지연되거나 아예 수취 자체가 불가능해, 제 때 택배를 보내지 못해 소상공인들은 하루에도 수십~수백만원씩 앉은자리에서 손해를 보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택배노조가 신속히 파업을 철회하고 현업에 복귀해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