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폭행사건, 피해자인 택시기사는 왜 입건 됐을까?
입력 2021.06.03 11:57
수정 2021.06.03 14:02
폭행 영상 삭제 요구 가담 의혹, 사실상 공범?…합의금 1000만원 '대가성' 있나
이용구 "합의금일 뿐 영상 삭제 대가 아냐…억울하게 입건된 데 죄송"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부실수사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택시기사도 피의자로 입건했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택시기사 A씨가 이 차관의 증거인멸 요구에 가담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6일 A씨는 술에 취해 자신을 폭행한 이 차관을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사건 다음날 한 블랙박스 업체에 찾아가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촬영해 저장했다. 이어 8일 이 차관은 A씨에게 연락해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건네고 '폭행 영상을 지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인 9일 서초경찰서의 1차 조사에 출석한 A씨는 "블랙박스 업체에 방문해 영상 복원을 시도했으나 (폭행)영상은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블랙박스 업체와 접촉해 영상의 존재를 확인했다.
11일 이어진 추가 조사에서 경찰이 영상의 존재를 추궁하자 A씨는 그제야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한 30초 분량의 폭행 영상을 보여줬다.
그러나 담당 수사관은 영상을 보고도 "안 본 것으로 하겠다”고 말한 뒤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내사 종결했으며, A씨는 경찰에 항의하거나 추가 조사를 요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이 차관은 한 시민단체에 의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고발 당해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아울러 경찰은 A씨가 이 차관의 제안에 응해 증거인멸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함께 입건했다.
이와 함께 내사 과정에서 영상의 존재를 알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초경찰서 경찰관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한편 이 차관 측은 3일 입장문을 통해 기사에게 준 1000만원은 합의금일 뿐 블랙박스 영상 삭제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택시기사분이 증거인멸죄로 억울하게 입건까지 된 것에 죄송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