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20조 반도체 투자는 어디로...최종 결정 장고하나
입력 2021.05.24 06:00
수정 2021.05.23 22:19
세제·인프라 혜택 등 인센티브 최대 위한 전략적 행보
미국 주도 공급망 기여 속 주 정부에 협상 우위 확보
텍사스 오스틴에 애리조나·뉴욕 경쟁 한층 치열해질듯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를 발표한 가운데 투자 지역을 확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회사의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일단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은 만큼 어느 곳에 선물을 줄 지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판단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24일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현지에 파운드리 투자를 공식화했지만 이후 투자 지역과 공장 착공 시기, 생산 제품 및 공정 등 세부적인 내용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양국 정상회담 이후에는 이번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주말내내 삼성전자에서는 움직임이 없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공식화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조만간 좋은 소식이, 구체적인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만 언급해 궁금증을 더했다.
삼성전자는 이에대해 “여전히 주 정부들과 논의가 진행중으로 투자 지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지 공장 건설 투자에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 내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170억달러 투자를 공식화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참여 의사를 분명히 해 부담을 다소 던 만큼 최종 지역 결정은 세제·인프라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낸 뒤 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만큼 연방정부에 세제·인프라 혜택를 요구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주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만큼 미국 정부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지원을 모두 이끌어내겠다는 것으로 연방 정부로부터 강력한 지원 의사를 이끌어 내면서 현재 진행 중인 주 정부와의 협상력도 높여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간 것도 이러한 전략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직후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한국 기업들을 위해 세제·인프라 등 인센티브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주 정부들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공장 건설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 가계 경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는 만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목 매다는 주 정부들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당초 기존 생산라인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이 한 발 앞서나가는 분위기였지만 삼성전자가 장고에 들어가면서 애리조나와 뉴욕주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애리조나와 뉴욕주도 삼성전자와 꾸준히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내달까지도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하반기로 미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대미 투자를 공식화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참여를 확정한 만큼 다소 여유가 생긴 상황”이라며 “선물을 줄 때 주더라도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