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㊷] ‘시카고’ 전호준, 무대 위의 스토리텔러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5.16 10:00
수정 2021.05.16 13:50

'시카고' 7월 1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공연

"매 순간 살아있자는 신념으로 무대 오르죠"

"배우로서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작품"

뮤지컬 배우 전호준은, 무대 위의 스토리텔러다. 주로 스토리텔러는 어떤 이야기를 입을 통해 전달하는 사람을 말하지만, 무대 위에서 그는 춤과 노래,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달자 역할을 한다. 그는 “매 순간 살아있자”는 신념을 가지고 무대에 오르면서 살아있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경영학도였던 그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고, 예술을 공부하고자 무용과로 전과했다. 배우의 꿈을 꾼 것도 그맘때 즈음이었다. 그리고 2007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데뷔 무대를 마친 그는 1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첫 무대의 설렘과 기쁨을 가슴에 새긴다.


-벌써 다섯 번째 시즌을 함께 하는 뮤지컬 ‘시카고’는 어떤 작품인가요.


‘시카고’는 무대 세트가 심플해요. 보드빌 콘셉트의 심플한 무대 위에는 15인조 빅밴드와 의자가 전부죠. 그러다 보니 무대 위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동료 배우와 나 자신 밖에 없어요. 그래서 오롯이 배우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책임감이 필요한데, 그 책임감이 배우로서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모든 움직임과 연기와 노래가 하나의 스토리를 향해 달려가고, 그 안에 제가 있죠.


-‘시카고’는 소위 ‘빡센’ 연습량으로 유명하죠. 다섯 시즌이나 함께 하면서도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끼리는 ‘건’이라고 부르는데, ‘We both reached for the gun’ 넘버요. 극중 기자로서 하나의 특종을 잡기 위해 록시 하트에게 많은 질문을 하는 장면이에요. 짧은 박자 안에 질문하는 동작도 해야 하고, 그에 걸맞은 표정도 해야 하는,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할 때마다 어려운 장면이에요.


-연습이 힘든 만큼 함께 하는 배우들과 일종의 ‘전우애’ 같은 것도 생기는 것 같아요. 유독 배우, 스태프들끼리의 우애가 돈독해 보여요.


네. 정확히 보셨어요(웃음). 살아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저희 모두 ‘시카고’라는 한 점에 집중해요. 어제의 공연과 오늘의 공연은 다르니까요.


-‘시카고’에서 어떤 역할들을 맡고 계신가요.


검사 역을 맡고 있고요. 록시 하트에게 많은 형량을 주기 위해 변호사 빌리 플린과 맞서는 역입니다. 재미보다는 진중한 역이죠. 캐릭터 분석을 위해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찾아봤어요. 그런데 시카고는 블랙코미디잖아요. 코미디와 진지함, 그 어떤 접점을 찾는데 집중했죠.


-가장 좋아하는 장면, 혹은 넘버가 있나요?


‘탭댄스’ 장면을 좋아해요. 남자 배우 세 명이 담배를 태우며 춤을 춰요. 하이라이트 조명이 그 세 명을 비추고요. 그리고 그들은 록시의 분신들로 존재하는 건데 연기가 그런 효과를 내주는 거죠. 이런 설정들이 ‘시카고’의 디테일을 더 살려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예요. 참고로 ‘시카고’는 소품 하나하나까지도 확실한 고증이 있는 작품이거든요. 1920년대 이야기라 담배도 ‘필터가 옛날식이고 노란색으로 된 것’이어야한다는 정확한 스타일이 지정되어 있죠. 하지만 지금은 2021년이고 시대가 많이 변했잖아요. 그래서 극장 내 담배 사용이 불가해 현재는 담배가 아닌 진해거담제로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에서 앙상블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앙상블은 작품 그 자체이자, 정말 작은 톱니바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작은 톱니바퀴라도, 없으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겠죠. 몸, 표정 그리고 언어로 ‘시카고’를 더 ‘시카고’답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앙상블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게 ‘체력’이에요. 원캐스트로 진행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잖아요.


맞아요. 저도 5년 전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 중 십자인대 부상으로 무대에서 하차했던 경험이 있어요. 1년 정도 쉬었는데 그 때 슬럼프가 왔어요.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요. 십자인대가 끊어지면 걷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걷지도 못하는 내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이렇게 배우 생활이 끝나는 건가’라는 질문을 제 자신에게 많이 했어요.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라면 더욱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다행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허튼 생각을 하지 않도록 계속 자극을 주고 도움을 줬어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긍정의 힘도 컸고요. 다시 무대에 올라갈 그 날을 꿈꾸면서 집중적으로 재활을 했고, 결국 무대에 다시 오르게 되었죠.


-힘든 시간을 겪고 난 뒤엔 무대가 더 애틋해졌을 것 같은데요.


정말 그랬어요. 무대라는 곳은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안무나 연기, 노래를 하는 데 힘을 쏟았지만 이제는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게 느껴집니다.


-특히 ‘시카고’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은데요. 전호준 배우에게 ‘시카고’는 어떤 의미일까요.


제를 배우로서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에요. 무대 위에서 가슴 펴고 두 발로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작품. 몸으로, 표정으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게 가르쳐 준 작품이죠.


-그동안 ‘시카고’를 비롯해 ‘킹키부츠’ ‘위키드’ ‘캣츠’ ‘맘마미아!’ 등 여러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도 ‘시카고’인가요?


물론 ‘시카고’죠! 그런데 ‘시카고’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까 다른 작품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뮤지컬 ‘킹키부츠’의 엔젤 역할도 기억에 남아요. 드랙퀸을 연기하기 위해 노란 가발을 쓰고 여장을 하고, 15cm 힐을 신었죠. 개인적으로도 엔젤을 하기 위해 가장 많은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일단 여자 옷을 입어야 하니까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 엔젤 곡의 음역대 생각보다 높아요. 그래서 발성도 살짝 바꿔야 하고, 힐을 신고 백 텀블링을 해야 해서 리듬 체조도 배워야 하고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아요. 엔젤도 사랑입니다. 물론 ‘시카고’도 사랑이고요. 하하.


-개인적으로 유튜브도 운영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매우 다양하더라고요.


유튜브는 제 자신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곳이에요. 노래를 커버하기도 하고, 공연 준비나 비하인드, 또 제 일상이나 생각이 담겨 있어요. 지금은 일이 많아서 집중하지 못하지만, 곧 다시 시작할 테니 많이 놀러 와주셔요. 채널은 ‘The HOJUN’입니다(웃음).


-뮤지컬에 영화, 무용, 유튜브까지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앞으로 또 다른 계획도 있을까요?


다양하게 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어요. 분야에 상관없이요. 계속 성장하고, 계속 꿈꿀 생각입니다. 제 자신과 사람들이 정해 놓은 제 한계를 넘는 게 제 최종 목표이기도 하고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