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전략] 삼성·SK,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향상 투자 적극 나선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1.05.13 15:30
수정 2021.05.13 15:40

삼성전자, 2030 시스템반도체 투자 38조 증액...총 171조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생산능력 2배로 확대...M&A도 검토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에 나서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적극 호응한다.


관련 투자 규모를 늘리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는 한편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3일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 발맞춰 지난 2019년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향후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 계획에는 시스템반도체 리더십 조기 확보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 수립한 133조원의 투자계획에 38조원을 추가해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하고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정부는 지난 2019년 4월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열고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통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때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제시하며 총 133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행사 이후 지난 2년 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 기업과 팹리스, 공급망의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업체, 우수 인재 육성을 담당하는 학계 등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 주요 구성원 간의 상호 협력이 활성화되며 비전 달성을 위한 기반도 착실히 다져지고 있다.


최근 전 산업영역에서 전례 없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각국 정부가 미래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공급망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번 시스템반도체 투자 확대는 'K-반도체'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 2022년 하반기 평택 3라인 완공…최첨단∙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내년 하반기 완공되는 평택 3라인(P3)은 이러한 대규모 투자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P3의 클린룸 규모는 축구장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최첨단의 기술이 적용된 팹(Fab·공장)이 될 전망이다.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기술이 적용된 14나노(nm·나노미터, 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하고 모든 공정은 스마트 제어 시스템에 의해 전자동으로 관리된다.


P3 완공을 통해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로서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전초기지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기지로서의 주도적 역할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차세대 D램에 EUV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융합한 'HBM-PIM', D램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D램' 등 미래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초격차 세계 1위'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 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앞장 서겠다"고 역설했다.


◆ 반도체 생태계 육성 위한 상생협력과 지원∙투자 강화...인재 육성도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과 지원∙투자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팹리스 대상 지식재산권(IP) 호혜 제공, 시제품 생산 지원, 협력사 기술교육 등 다양한 상생 활동을 더욱 확대하고 공급망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업체는 물론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학계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는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내 팹리스(Fabless·설계 전문)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많은 팹리스 창업이 이뤄지며 전반적인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기술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부가 효과를 유발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확대는 5세대이동통신(5G)·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의 밑거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남 부회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거대한 분수령 위에 서 있고 대격변을 겪는 지금이야 말로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크지만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해 담대히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2%의 담대한 도전 시작...승부사 박정호 역할 주목


SK하이닉스도 이날 정부의 전략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대뿐만 아니라 국내 설비 증설과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설비 증설과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불과한 전형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현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 우시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 중으로 청주 사업장에 파운드리 설비 공간이 남아 있는 정도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회사의 사업 구조에 변화를 꾀하기 위한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는 한편 국내 팹리스 기업들을 지원해 비메모리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국내 팹리스들의 개발·양산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며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모바일·가전·차량 등 반도체 제품 공급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기대효과를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SK하이닉스 각자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지난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진두지휘한 경영자로 승부사적 기질이 있는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고 있어 조만간 M&A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감도 감지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미 지난 2017년 일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와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 인수계약 등 굵직 굵직한 투자에 관여한 바 있다. 이미 ‘M&A 승부사 DNA’를 보여주면서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분야에도 공격적으로 뛰어들 것인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파운드리에 더 투자해야 한다”며 국내 팹리스들에게 파운드리 세계 1위인 타이완 TSMC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이들 기업은 여러 기술 개발을 해낼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이미 파운드리 분야 M&A를 시사한 바 있다.


또 노종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이 지난달 말 진행된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8인치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박 부회장의 계획이 조만간 구체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13일 국내 증설과 M&A 등 전략적 옵션을 구체화되면서 ‘M&A 전문가’인 구가 조만간 M&A나 공격적인 지분 인수에 나설지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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