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마련에 잇단 파업까지’ 안팎으로 치이는 택배업계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1.05.11 07:00
수정 2021.05.10 17:33

물동량 증가했지만 비용 부담 늘면서 수익성은 뒷걸음질

아파트 택배차량 출입금지 조치에 노조는 파업 카드로 택배사 압박

코로나19 여파로 택배 물동량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면서 택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에 노조의 잇단 파업 문제까지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11일 관련 업계와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택배 물동량은 33억7373만개로 8년 전인 2012년 14억598만개 대비 약 140% 급증했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택배 물동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택배업계의 수익성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택배가격이 떨어진 데다 인건비와 자동화설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박스당 택배 평균단가는 2012년 2506원에서 작년 2221원으로 11.4% 하락했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1분기 영업이익은 481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17.3% 줄었고, 같은 기간 한진은 47.6% 감소한 1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9월부터 본격화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마련으로 분류인력 인건비 등 비용 지출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오후 9시 이후 심야배송 중단을 비롯해 택배 분류 작업을 택배 노동자의 기본 작업 범위에서 제외하고, 사측이 분류작업 전담 인력 투입과 시설 투자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택배사 비용 부담이 늘면서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연구 용역을 통해 택배비 인상폭을 조율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상자 당 200~300원 수준으로는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복되는 노조 파업도 업계로서는 골칫거리다. 작년 택배기사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본격화 된 노조 파업은 최근 서울 한 아파트의 택배차량 지상 출입을 금지하면서 다시 반복되는 분위기다.


택배노조는 지난 7일 총파업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됐다면서 신선식품 위주로 배송을 거부하는 부분파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노조는 택배차량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 단지를 배송 불가 지역으로 지정하고, 배송해야 한다면 추가 요금을 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사 측은 대리점과 입주민 사이의 문제라며 기본적으로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가 비용 문제의 경우 다른 택배 기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걸려 있어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이번 갈등에 택배사를 끌어들인 것은 입주민과는 갈등을 일으켜봤자 얻어갈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택배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주요 사안을 협의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을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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