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㊳] 권남우 엔지니어 "마스터링, 완성된 음원의 최초 청취, 즐거워"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5.02 17:02
수정 2021.05.02 17:03

2017년 4월, 마스터키와 821 Sound 설립

방탄소년단·엑소·아이유·태연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 음원 참여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방탄소년단, 아이유, 샤이니, 엑소, 백지영, 정세운, 태연, 아스트로, 치타 등을 비롯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가수들의 음원은 모두 권남우 엔지니어의 손을 거쳤다. 그는 821 Sound의 대표로 이 곳에서 마스터링을 전담하고 있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크게 프로듀싱, 믹싱, 마스터링으로 나뉘어지는데 마스터링은 음량을 조절하고 톤이나 음색을 조정하는 과정이다. 권남우 엔지니어는 마스터링의 작업을 완성된 노래의 최초 청취자라고 소개했다.


"믹스까지 끝낸 음원을 시중에 나오는 완성본처럼 들리게 하는 게 제 일입니다. CD를 만들기 위해 최초의 CD가 필요하잖아요. 그 최초 한 장을 만들어내는거죠. 마지막에 놓친 부분을 검토하고 음악 작업이 표현하고자 하는 걸 끝까지 지키는 일을 합니다. '없으면 안된다'의 시대는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완성도를 위해 작업을 의뢰해요."


권남우 엔지니어의 마스터링룸에는 최고 사운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비가 구비돼 있다. 이 곳에서 꼼꼼하게 음악을 들으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완성본을 다듬는다. 그는 마스터링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가 '소통'이라고 꼽았다. 그 이후가 전문적인 마스터링 작업이라고 말한다.


"아티스트나 음악을 만든 프로듀서, 스태프들과 소통하는걸 우선시로 해요. 다들 추구하는게 다르니까 스타일을 알아야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많은 가수와 음악 관계자들이 자신을 찾는 이유 또한 편안한 소통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마스터링을 현장에서 다 끝내는게 일반적이었어요. 아티스트나 관계자들이 엔지니어에게 수정을 요구하는 일이 무리하게 인식 됐었죠. 그런데 저는 의견 받아서 함께 수정하는 일을 좋아했어요. 가수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이런 점이 아무래도 일을 맡기는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이 과정에는 유명하지 않았을 때부터 함께한 지코와 크러쉬가 함께 있었다. 지코와 크러쉬가 대중에게 사랑을 받자 그들의 크레딧에 함께 자리한 권 엔지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찾지 시작했다.


"지금의 성장을 지코와 크러쉬를 빼고 이야기 하긴 힘들 것 같아요. 이들과 함께 하며 이름이 많이 알려졌고 이후에 일이 많이 들어왔거든요. 아무래도 음악을 잘하고 유명한 친구들과 함께 하니까 이쪽 업계에서 많이 입에 오르내린 것 같아요."


권남우 엔지니어는 홍대에서 밴드 생활을 한 후, 스물 두 살 때부터 마스터링 업무를 시작했다. 작곡도 함께 병행했지만 선택과 집중을 위해 마스터링 전담으로 노선을 바꿨다. 821 Sound는 그와 마스터키가 함께 설립한 회사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녹음, 믹싱, 그리고 미스터링까지 음원 제작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고 있다.


"녹음, 믹스, 마스터링 등의 방이 있어요. 어시스턴트까지 포함해 6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테크닉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사운드를 구현하려고 모두 노력하고 있죠. 즐겁게 재미있게 일하기 위해서 독립을 했고, 지금 이 생활이 너무 만족스러워요."


821 Sound를 세우기 전, 그는 프로듀서 겸 믹싱 엔지니어 신용식과도 함께 했다. 아무것도 없을 때부터 만나 서로가 하나씩 이뤄가는 걸 서로가 지켜봐줬다.


"둘 다 각자 자리를 잡아서 기분이 좋아요. 만약 둘 중 하나라도 잘 되지 못했다면 이렇게까지 사이가 좋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해요.(웃음) 예전에 꿈으로만 이야기 했던 걸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나가는 게 신기해요."


마스터링을 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물으니 너무 많다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천천히 입을 뗀 그는 아무래도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갈 때가 가장 기분이 좋은 순간이라고 답했다.


"음악을 완성하는 스태프로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워요. 아티스트나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일도 좋고요. 좋은 노래가 제게 맡겨진다는 것도 설레요. 사실 좋고 뿌듯한 순간이 굉장히 많아요.(웃음)"


반면 고충은 개인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침에 출근해서 밤 늦게까지 일하다 귀가한다. 집에서는 잠만 자고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어느 정도 개인시간을 포기하고 투자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요. 모두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인정받기 까지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마스터링 엔지니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음악적 지식과 이해'라고 꼽았다. '아는 만큼 들리는' 마스터링 업무에서 편견없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자세와 이해는 필수요소라는 설명이다.


" 취향에 맞는 사람들과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하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폭이 넓으면 확실히 수월하긴 해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이 확장되니까요. 어렸을 때 CD 콜렉터였는데 음악을 클래식 빼고 다 들었어요. 음악 듣는걸 너무 좋아하다보니까 일이라고 생각 하지 않고 즐겼어요. 이게 지금 일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죠."


그는 음악적 소망을 이루겠다는 거대한 계획이나 대단한 포부 같은건 없다. 그저 '지금처럼만' 일을 하고 싶은게 단 하나의 바람이다.


"821 Soud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즐겁게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정말 다른 건 바라는게 없어요. 즐겁게 일하는 것, 이게 제겐 제일 중요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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