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2의 ‘김호+고종수 효과’ 노린다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8.01.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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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 콤비, 부산축구 르네상스 열리나


오랜 방황을 거듭하던 ‘반지의 제왕’이 ‘황새’의 품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안정환(32)이 21일 입단식을 갖고 친정팀 부산으로의 귀환을 공식 발표했다. 안정환의 부산 복귀는 2000년 세리에A 페루자 진출 이후 무려 8년만이다.

안정환과 부산 축구는 그 전성기를 함께했다. 전신인 대우 로얄즈 시절이던 지난 98년과 99년, 부산은 2년 연속 최다관중을 불러 모으며 부산을 야구 못지않은 축구 도시로 만들었다.

그 중심에 우뚝 서있던 안정환은 부산에서 3시즌(87경기) 동안 팀 내 최다인 44골 11도움을 올렸고, 99년에는 생애 첫 K리그 MVP에 선정되며 기량과 인기를 겸비한 당대 최고 스타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부산은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안정환, 송종국, 우성용 등 간판 스타급 선수들이 팀을 떠나면서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자연히 관중들도 축구장을 외면했다.

부산은 2005년 이안 포터필드 감독(작고) 시절에 전기리그 우승을 끝으로 프로축구 중심에서 밀려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리그 13위에 그치는 최악의 팀 성적 속에 앤디 에글리와 박성화, 두 명의 감독이 갑작스럽게 중도 퇴진 하는 등 악재도 끊이지 않았다. 홈경기 평균 관중 수는 K리그 전체 14개 구단 중 꼴찌로 가라앉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악몽 같았던 2007년을 뒤로한 채 부산축구는 2008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안정환 영입은 옛 영광재현을 꿈꾸는 부산에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 또한 부산에는 한국축구 사상 최고의 스타 중 하나로 꼽히는 황선홍 감독이 있다.

황선홍과 안정환의 만남에 거는 기대는 크다. 지난해까지 인지도 높은 전국구 스타가 전무하던 구단으로서는 일약 2명의 월드컵스타를 동시에 확보하면서 최상의 흥행카드를 보유하게 됐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간판 스트라이커들이 합심해 ‘명가 재건’에 도전한다는 시나리오 자체만으로도 지난해 대전 고종수-김호 콤비의 6강 신화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파급효과를 기대케 하고 있다.

마침 황선홍 감독과 안정환 본인으로서도 서로의 이해 조건이 잘 맞아떨어졌다. 황선홍 감독은 취임초기부터 무조건 국내 공격수를 중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정규리그 26경기에서 단 20골에 그치며 무려 39골을 내주었던 부산으로서는 경쟁력 있는 대형 스트라이커의 영입이 절실했던 상황.

안정환으로서도 수원과의 재계약에 실패하며 또다시 사실상 무적 선수로 전락할 뻔한 고비에서 친정팀으로의 복귀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만족시키는 선택이었다고 할만하다. 수원에서 주전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부산에서는 좀 더 부담 없이 안정환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앞길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간 바닥까지 떨어진 팀 성적을 기초부터 재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갓 지휘봉을 잡은 초보감독인 황선홍에게 있어서 패배주의에 젖은 기존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월드컵 스타인 안정환까지 끌어안아야한다는 것은 신임 감독에게 적지 않은 도전이 될 수 있다.

안정환으로서도 올 시즌 친정팀에서 무언가 보여주지 못한다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낄 법하다. 안정환의 개인 활약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팀 동료들과의 융화다. 황 감독으로서는 기존 선수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의 차범근 감독처럼 시즌 초반에는 꾸준히 출전기회를 주겠지만 안정환의 활약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마냥 감쌀 수만도 없다. 오히려 안정환의 고액연봉과 높은 스타성으로 기존 선수들과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도 안정환 본인과 황감독이 모두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2008년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황새와 반지의 제왕이 다시 한 번 환희의 포옹을 나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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