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기업 절반 이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개정 필요"
입력 2021.04.14 06:00
수정 2021.04.14 01:57
중대재해처벌법 영향 및 개정의견 조사결과...56% 시행 전 개정해야
책임범위 초과·불명확한 규정 이유...의무 구체화(37.5%) 최우선과제
기업 둘 중 하나 이상이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책임범위 초과·불명확한 규정 문제를 지적하며 내년 1월 시행 전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의무구체화를 가장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최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1000대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 및 개정의견 조사'를 실시(100개사 응답)한 결과, 기업들의 56%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14일 밝혔다.
개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책임범위를 넘어선 의무 규정’이라는 응답이 29%로 가장 많았고 의무가 모호해 현장에서 법 준수 어려움(24.7%),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조항 부재(19.8%), 처벌강화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17.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우선적으로 개정해야될 내용으로는 ‘명확한 안전보건의무 규정 마련’(37.5%)이 가장 많았고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부과(21.9%), 중대재해 기준요건 완화(15.0%), 처벌 완화(9.4%) 등의 순이었다.
중대해재처벌법이 산업재해 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37%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별다른 효과가 없거나(45%) 부정적(18%)이라는 응답이 63%에 달해 다수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산업재해 감소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정적으로 답한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규정 부재(31.7%) ▲모호하고 광범위한 의무로 인한 현장 혼란 가중(27.3%) ▲현행 산안법상 강력한 처벌의 효과 부재(22.4%) ▲효과적인 산업안전시스템 부재(10.9%)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응답은 52%(다소 위축 39%, 매우 위축 13%)에 달했다.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주‧경영책임자의 구속으로 경영 공백 및 폐업 우려’가 39.5%로 가장 많았고 ‘도급‧용역 등의 축소로 중소기업 수주감소 및 경영실적 악화’(24.5%), ‘인력 운용 제약으로 기업 경쟁력 감소’(22.4%), ‘국내자본의 해외 유출 및 외국인의 국내투자 감소’(13.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법개정 내용과 관련해 중대재해의 기준요건에 대해서는 사망기준을 ‘일정기간 이내 반복 사망’(49.6%) 또는 ‘사망자 2명이상 발생’(15.4%)으로 한정하거나 ‘사망 외 중대재해(부상‧질병) 기준요건 완화 또는 삭제’(25.0%)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안전보건확보의무의 정의에 대해서는 ▲안전보건의무 조항 축소(44.5%) ▲안전보건확보의무 법률에 규정(28.0%) ▲안전보건확보의무의 포지티브 방식 도입(직접 나열·23.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도급 등 외부위탁시 원청의무와 관련해서는 ‘도급·용역·위탁 등으로 표현되는 계약관계 범위 축소’(35.2%), ‘하청 종사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경우에 한정’(34.8%), ‘불법파견 해당 우려가 있는 하청종사자에 대한 작업행동 지시 제외’(25.4%)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안전수칙을 위반하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는 제재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2%(매우 필요 40%, 다소 필요 5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망사고시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징역형 하한규정(1년이상 징역)은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60%로 조사됐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산업재해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처벌 강화로 예방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산업안전시스템을 정비해 예방에 주력하는 동시에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정비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