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메스 든 오세훈…시간 촉박하나 정부 압박은 충분
입력 2021.04.13 07:00
수정 2021.04.12 20:37
정부 공시가격 정책 서울시장 마음대로 수정 불가능
내년 대선·지선 앞둔 정부, 마냥 모른척 할 수도 없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국토교통부 조사와 별도로 서울시가 나서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를 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복지 기준이 되기에 부동산 보유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4년 만에 가장 큰 폭(19.08%)으로 오르면서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물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공시가격 정책을 오 시장 마음대로 수정할 순 없다. 다만 성난 민심을 등에 업고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속도를 조절하거나, 서울시 차원의 재산세 인하 등으로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순 있다.
◇ 중앙정부의 공시가격 10년 로드맵인데...서울시장 한계 명확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고 공동주택 부동산 공시가격을 올해부터 10년에 걸쳐 시세의 90%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국토부와 행안부는 시행 배경으로 그간 50∼70% 수준의 낮은 시세반영률과 유형·가격대별 현실화율 격차 등 불형평·불균형 문제가 계속 지적됐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앙정부가 10년 로드맵을 세우며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서울시장 권한으로 ‘중단’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중단은 없을 것"이라며 "현실화를 올해 한번 적용하고 중단하면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오 시장은 원희룡 제주지사·조은희 서초구청장과 함께 공시가격 검증에 공조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지난 주말 “지난 1년 동안 공동주택 공시가가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며 “재조사해서 왜 동결해야 하는지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일단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그의 역할은 정부가 산정한 공시가격 오류를 밝혀내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류가 밝혀진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세금인하로 연결하기까지 과정도 험난하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기산일인 6월 1일까지 오류를 밝혀내고 세금을 덜어내기까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 분노한 국민 천군만마 등에 업고, 정부 심리적 압박할 듯
그럼에도 정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조절이나 세금인하를 이끌 수는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의석이 174석에 달하고 서울시 의원 109명 중 101명·서울시내 구청장 25명 중 24명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오 시장 뒤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국민’이 버티고 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여당으로서는 부동산 민심을 마냥 모른척 하기 어렵다.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 서울은 19.91%다. 공시가격이 급등 원인은 ‘현실화율’보다는 ‘집값폭등’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에 집값 폭등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속도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시세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의 평균 현실화율은 68.1% 수준이다. 정부는 2023년까지 70%를 목표로 균형성을 확보한 이후 2030년까지 90% 목표를 달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세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올해부터 연간 약 3%p씩 현실화할 계획이었다.
재산세 경감 주택 기준을 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발표 당시 1주택 보유자의 재산세 부담 완화를 위해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올해부터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대상 주택은 서민 주거 안정과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부담 완화 취지를 고려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로 결정하고, 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0.05%p씩 낮추기로 한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재산세 경감 주택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이하로 주장해 왔지만, 9억원 이하는 중저가 주택으로 볼 수 없다는 청와대 주장으로 6억원으로 최종 조율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