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세모녀 살해' 곳곳 스토킹 정황...피의자 신상 공개 논의
입력 2021.04.01 09:26
수정 2021.04.01 17:06
피해자 지인 "남녀갈등·온라인 게임으로 논점 흐려지는 것 원치 않아"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수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돌파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경찰도 내부적으로 신상공개 절차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노원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 신상 공개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전날 오후 6시 기준 20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이 청원은 지난 26일 올라와 29일 대중에 공개된 지 3일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은 지난 23일 오후 5시쯤 A씨가 피해자 B씨의 집을 찾아가 홀로 있던 B씨의 여동생을 살해하고 그날 밤 귀가한 B씨의 어머니와 B씨를 차례로 살해한 사건을 다룬 청원이다. A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B씨가 만남을 거부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인은 남성이 치료를 받고 있어 경위가 제대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가해 남성이 작정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하며 가해자의 신상공개를 촉구했다. 청원인은 "하루에도 수십 명씩 죽어가는 여성들은 '안 만나줘', '그냥'(묻지마), '약하니까' 등 상대적 약자라는 이유로 많은 범죄에 노출돼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30일 게임 커뮤니티 '인벤'에는 B씨의 지인이라고 밝힌 C씨가 작성한 "이번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에 대한 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C씨는 "B씨가 피의자와 헤어진 연인관계다, 또는 연인관계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직 피의자 신분인 A씨가 B씨와 오래 알고는 지냈지만 절대로 연인관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B씨가 올해 1월부터 스토킹을 당했고, A씨가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C씨는 "부담감을 가진 B씨가 A씨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정중히 연락을 끊어내자 그때부터 앙심을 품고 이번 일을 계획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B씨가 다른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메시지에는 B씨가 "자꾸 다른 번호로 연락 와서 마지막으로 본 날에 내가 밥 샀는데 그거 얼마인지 보내달라고 그래서 그냥 받을 생각 없어서 씹었는데 나중에 번호 바꿔서 마지막이라고 잘 생각해라 XX하길래 너무 귀찮아서 그냥 계좌 불러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C씨는 이 사건이 남녀갈등 혹은 온라인 게임 때문으로 논점이 흐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A씨로 인해 한 가족이 희생된 너무나도 슬프고 끔찍한 사건"이라며 "잘못된 정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가족들이 욕보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범행 후 자해한 상태로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는 A씨가 회복하는 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또 조사를 마친 뒤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국민의 알 권리와 범죄예방 효과 등을 고려해 신원을 공개할지를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