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명 작사가, 가사·수익 착취” 주장…해당 작사가 “사실무근”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4.01 10:27
수정 2021.04.01 11:02

일부 작사가들, 퍼블리싱 시스템 지적

해당 작사가,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장 접수 예정


한 유명 작사가와 그를 통해 기획사에 가사를 제공하는 작사가들 사이에 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최근 익명으로 일부 작사가들이 자신이 쓴 가사가 발매되기까지 과정과 저작권료를 결정하는 지분 배분에 의문을 표했다. 이 문제는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익명의 케이팝작사가 대리인' 계정이 개설되며 공론화 됐다.


계정을 만든 네티즌은 "많은 케이팝 작사가들이 제게 말한다. 돈은 바라지 않으니 크레딧이라고 제대로 실렸으면 좋겠다고. 자신이 작사한 곡이 자신의 창작물로 제대로 인정 받았으면 좋겠다고. 대부분 케이팝 작사가가 이중 생활로 인한 어려움과 학원의 갑질에 따른 자존감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고 글을 썼다. 그러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때문에 익명으로 쓰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적은 글은 한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의 케이팝 작사가 대리인' 계정이 지적하는 주요 내용은 크게 이렇다. 작사에 참여하지 않거나 한 두 글자를 수정해 크레딧에 올리는 이가 있다는 점, 작사 참여 비중 상관없이 학원이 결정한 지분으로 저작권료가 결정된다는 점, 소속사로부터 받은 작사비를 한 번도 지급받지 못한 점, 학원비 지불 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점, 수강생이 다른 퍼블리싱으로 옮기거나 독립을 할 경우 '배신'이라 표현하며 활동하지 못하도록 길을 막는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이 구조가 케이팝의 퀄리티를 떨어뜨리고 의욕을 깨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단 한 학원 만을 저격한 것은 아니지만, 작사가 지망생들의 오픈 채팅방이나 트위터에서는 대표적으로 한 학원을 추정하고 있다.


이번 문제가 불거진 것은 케이팝을 이끌어 가려는 작사가 지망생들이 실제로 작사가로 데뷔할 수 있는 문이 좁다는데서 시작한다.


일반인이 작사가로 데뷔할 수 있는 문은 좁다. 음악계 종사하는 지인을 통해서나 공모전, 작사 학원을 거친다. 지망생들은 지인을 통한 데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최근 공모전이 많이 사라진 추세기 때문에 보통 작사 학원을 택한다.


작사 학원은 일정 커리큘럼을 이수한 자들에게 소속사에서 받은 데모곡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있다. 작사 학원마다 시스템은 다르지만 작사 지망생들은 보통 3~10개월, 매달 3~40만원을 수강료를 지불하며 작사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기회를 얻고있다.


학원은 소속사로부터 데모곡이 올 때마다 수강생들의 시안을 받은 뒤 최적화된 가사를 선정해 보낸다. 가사의 결정권자는 소속사로 학원은 데모곡을 제공 받고, 보내는 창구 역할을 한다. 이 때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수강생들에게 학원은 계약을 제안 하는데, 이 계약 후엔 수강생과 학원의 관계가 아닌 작사가와 곡을 관리해주는 퍼블리싱 관계가 된다.


앞서 클럽하우스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현직 작사가들이 분노를 터뜨린 바 있다. 한 작사가는 "차라리 우리 회사로 곡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계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불공정한 시스템에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작사가는 "내 가사를 채택하지 않거나 걸러질까봐 불만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다른 작사가는 "내 가사가 내 팀 외 누구와 이름이 올라가는지도 모른다. 곡이 발매된 후에나 확인할 수 있다"고 한탄했다. 당시 이 대화가 나눠진 클럽하우스에서는 대표 학원과 실명이 거론됐다.


논란의 주인공으로 지목 받고 있는 퍼블리싱 회사 대표이자 작사가 A 씨는 데일리안에 "온라인에서 이야기 되는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이 일 때문에 팀과 수강생들에게 해명의 시간도 가졌다. 익명으로 제가 학생들의 가사를 착취했다고 주장하는데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A 씨는 "한 번도 제가 참여하지 않은 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유령 작사가도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고 존재하지 않는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A씨는 학원이 참여도와 상관없이 저작권 지분을 결정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제가 결정하는 건 맞지만 참여율과 다르게 결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얼마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는 따로 고지하지 않는다. 과거 0.5% 비율 때문에 회사 내 분열이 있었기 때문에 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수강생들이 독립을 하거나 다른 학원으로 옮길 경우 비난을 가한다는 의혹에 대해선 "양심에 걸고 이야기하겠다. 절대 그런 일이 없다. 나는 그 정도 힘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성격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현금 영수증을 제대로 발급하지 못한 점과 일부 소속사에서 제공한 작사비를 지급하지 않은 점은 인정하고 사과했다. A씨는 "음악만 하고 사업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현금영수증 문제는 인지 하지 못했다. 그 부분은 시정해서 현재는 2주 전부터 현금영수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의혹 때문이 아닌 자체적으로 문제점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작사비 미지급에 대해선 "모든 소속사로부터 작사비를 지급받지 않지만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만 받고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받은 작사비는 해당 작사가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이 맞다. 이제부터 SM엔터테인먼트 곡에 참여하는 작사가들에게 지급하는 걸로 하겠다. 대부분 작사 학원이 소속사로부터 받은 작사비를 원장이 가져가는 구조다. 하지만 옳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선하겠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마지막으로 A 씨는 "작사가 팀을 꾸리고 수강생들과 행복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마녀사냥의 느낌이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 "작사가와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저를 발판 삼아 일반인이 아이돌 시장에서 작사가로 데뷔하는 일을 보람차고 뿌듯하게 생각해왔다. 그 과정 속에서 돌보지 못한 것은 앞으로 고쳐나가겠다. 다른 건 다 상관없지만 내가 작사를 하지 않고 이름만 올리는 노동 착취 주장은 너무 억울하다. 증언해줄 수 있는 다른 작사가들도 많다"고 결백을 주장했던 사안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A 씨는 취재 후 다시 한 번 입장을 전해왔다. 그는 "제가 잘못된 부분은 빨리 바로 잡는게 좋을것 같아서, SM 곡에 참여했던 작가 및 학생들에게 한명씩 연락해 곡수와 지분율로 곡비를 계산해 지급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1일) 안에 모두 지급 완료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A 씨는 트위터에 자신에 대한 글을 올린 네티즌과 익명의 제보자를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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