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아카데미 휩쓴 넷플릭스…세계 영화계 바꾸는 OTT 영화
입력 2021.03.21 08:45
수정 2021.03.21 08:49
넷플릭스 영화 '맹크', 작품상 비롯해 10개 부문 후보
칸 영화제는 보수적…베니스는 일찌감치 OTT 영화 받아들여
제93회 아카데미에 OTT 영화들이 주요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풍경을 예고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총 16편의 영화가 35차례 불렸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극장 관객수가 줄고, OTT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이 늘어난 환경을 아카데미 시상식이 반영한 것이다.
그 동안 아카데미를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로스앤젤레스 극장에서 최소 일주일 동안 개봉한 작품만 출품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3월부터 로스앤젤레스 지역 극장이 폐쇄되면서 규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속 OTT 영화의 활약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전망돼 왔다.
넷플릭스 영화 '맹크'는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 후보를 비롯해 총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출품작 중 최다 후보작이다. '맹크'는 실존 인물인 허먼 맹키위츠가 영화 역사상 최고 걸작 중 하나인 '시민 케인' 각본을 쓰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극작가인 아버지가 30년 전인 생전에 쓴 각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또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은 6개 부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5개 부문, '힐빌리의 노래'는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넷플릭스 작품 뿐 아니라 아마존 스튜디오의 '사운드 오브 메탈'도 작품상과 남주우연상, 애플TV 플러스의 '울프워커'는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 영화 '그레이 하운드'는 음악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넷플릭스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를 작품상 후보에 올렸으나 '기생충'에게 자리를 내주며 수상과는 연결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아카데미 최다 노미네이트 된 영화 '맹크'가 시상식을 휩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급변한 환경으로 아카데미가 OTT 플랫폼 영화를 품었지만, 과거부터 OTT 영화를 다른 극장 상영 영화와 똑같이 바라볼지는 영화계 던져진 화두였다.
2017년 칸 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를 경쟁부문에 초청했다. 하지만 프랑스 극장협회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를 칸 경쟁 부문에 초청한 것에 대해 반발했다. 극장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과 개봉 영화는 3년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한 프랑스 법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이유였다.
이에 칸 영화제 측은 넷플릭스 영화를 향후 경쟁작 부문에 초청하지 않겠다고 규정을 변경했다. 그러자 이번엔 넷플릭스가 칸 영화제 경쟁· 비경쟁 부문 모두 출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작품성으로 영화를 심사해야한다는 넷플릭스와 형평성을 근거로 경쟁작에는 초청할 수 없다는 칸 영화제 조직위 측의 대립이 극명히 드러난 이슈였다.
반면 베니스 영화제는 조금 더 일찍 OTT 영화를 받아들였다. 2018년 75회 베니스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트로피 주인공은 넷플릭스 영화 '로마'였다. 넷플릭스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첫 사례다.
베니스 영화제는 '로마' 뿐 아니라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7월 22일을 경쟁 부문에 오스 웰슨 감독의 '바람의 저편, 모건 네빌 감독의 '오슨 웰스의 마지막 로즈 버드', 알레시오 크레모니니의 '나의 피부로'를 비경쟁 부문에 초청했다. 이중 조엘 코엔, 에단 코엔 형제가 각본 및 연출을 함께 한 영화 '카우보이의 노래'는 각본상을 수상했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넷플릭스에게 이번 수상이 중요한 이유는 넷플릭스가 프랑스 칸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보이콧했던 이전의 상황과 대비되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세계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작만 봐도 이제 영화 산업에서 넷플릭스의 위치가 중요해졌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전세계 예술 영화 시장이 축소되고 마틴 스콜세지, 데이빗 핀처, 알폰소 쿠아론 등 거장들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아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 스튜디오, 애플TV 스튜디오, 애플 플러스, HBO 맥스 등이 넷플릭스에 이어 OTT 사업을 강화하고 작품에 막대한 자본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시청자는 이미 영화와 OTT의 경계를 허물고 콘텐츠를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계 역시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 이 흐름을 확장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