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낙태는 무죄...보험 급여 청구는 불법"
입력 2021.03.16 18:43
수정 2021.03.16 18:44
1심 "죄질 매우 불량" 징역형 선고…'낙태죄 위헌' 헌재 판단에 벌금형
불법 낙태 수술을 한 뒤 다른 질병으로 요양급여를 청구해 온 의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 의사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낙태죄 부분은 무죄가 확정됐지만, 허위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6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4년 9월부터 약 10개월간 65명의 여성에게 낙태 시술을 해준 뒤 후유증을 치료하면서 '무월경' 등의 병명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A씨에게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한 혐의(업무상 승낙낙태)와 낙태수술을 한 환자들에 대해 허위로 요양급여를 청구 혐의(사기)도 적용했다
A씨는 당시 불법인 낙태 시술을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보험급여는 낙태시술 이후 나타난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급여 청구 자체는 사기 고의성이 없었다는 취지다.
이에 지난 2018년 2월 1심은 "낙태수술에 더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보험급여까지 편취한 점을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업무상 승낙낙태죄도 유죄로 본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2019년 4월 헌재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3개월 후 선고공판이 열려 처벌조항의 효력이 사라진 탓이다.
낙태죄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형량도 줄어들게 됐다. 2심은 낙태 혐의는 무죄로 봤지만 사기 혐의는 1심 판단을 유지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낙태수술과 무관한 단순 산부인과 질환을 기재한 진료기록을 제출하는 등 건보공단을 기망한 행위와 고의는 인정하고 유죄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검사와 A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