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희망을 터치한다...김건호 3월24일 음악회
입력 2021.03.11 14:07
수정 2021.03.11 16:36
서울시향 ‘행복한 음악회, 함께!’ 출연
한상일과 ‘한 피아노 네 손 연주’도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88개의 건반을 터치한다. 12세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건호(서울맹학교 5학년) 군이 바흐와 드뷔시의 곡으로 희망과 용기를 전달한다. 오랫동안 코로나 블루에 빠져있던 사람들에게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선사한다.
김건호 군은 오는 3월 24일(수)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2021년 행복한 음악회, 함께! 1’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주최하는 이 공연은 장애 아동 음악인과 함께하는 음악회다. 김 군은 서울시향 전·현직 단원으로 구성된 현악앙상블 및 피아니스트 한상일과 호흡을 맞춰 음악회 타이틀에 걸맞은 ‘해피 콘서트’를 펼친다. 서울시향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가 사회를 맡는다.
지난 2017년 서울시향 정기공연 도중 자폐증을 앓던 한 아이의 소란에 누구나 클래식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관점이 ‘행복한 음악회, 함께!’의 기획 동기가 됐다. 발달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이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서울시향은 구글코리아와 뜻을 모아 그해 11월 ‘클래식 스페이스 함께!’ 공연을 준비했다.
2018년부터 단독 프로젝트로 전환해 지금까지 총 5회 공연을 진행하면서 서울시향의 대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음악회에서는 전문 피아니스트의 길을 가고자 하는 김 군에게 음악적 경험을 제공해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술가란 사람들의 감정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행복과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싶어요.”
지난해 9월 열린 비대면 독주회에서 의젓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 군은 이번 음악회에서도 엑설런트한 솜씨를 자랑한다.
먼저 바흐의 ‘이탈리아 협주곡(Italienisches Konzert, BWV 971)’을 솔로 연주한다. 평생 독일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바흐가 파란 하늘과 화창한 햇살이 빛나는 이탈리아를 묘사한 풍경이 김 군의 손을 타고 어떻게 흐를지 벌써부터 설렌다.
또 한상일과 듀엣을 이뤄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Petite suite)’을 한 피아노 네 손 연주로 들려준다. 원더풀 케미가 기대된다.
서울시향 현악앙상블(1바이올린 신아라, 2바이올린 김덕우, 비올라 안톤 강, 첼로 김소연, 더블베이스 안동혁)과는 하모니를 이뤄 현악버전으로 편곡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19번’을 협연한다.
한편 선천적 시각장애를 가진 김 군은 예비예술인 및 문화소외계층에게 무료 음악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뷰티플마인드는 다양한 음악 활동을 통해 전 세계의 소외된 이웃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을 실천하는 문화외교 자선단체다.
김 군은 제10회 한국리스트콩쿠르 2위(2018년), 툴뮤직 장애인 콩쿠르 1위(2018년), 제15회 한국 영아티스트 음악콩쿠르 3위(2020년), VMP전국 음악콩쿠르 특상(2020년)을 수상했다. 또한 올해엔 ODIN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작곡부문 1위를 차지했다.
독일의 한 언론은 김 군을 “아름다운 선율로 독일에서 큰 감동을 선사한 용감한 한국의 어린 피아니스트”라고 표현하기도 했으며, 2019년에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절대음감 시각장애 피아니스트로 소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