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 ‘금소법’ 막바지 점검중...“고객 신뢰 중요”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1.03.09 06:00
수정 2021.03.08 11:58

25일부터 시행...금융상품 판매시 녹취 의무 대상 확대

규제 어길시 판매액 최대 50% 과징금…입증책임 강화돼

시중 은행들이 오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에 분주하다. 주요 은행들은 일부 금융상품 판매에 해당하던 녹취 상담을 확대하고, 비대면으로 직원 교육을 진행하는 등 관련 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연이은 사모펀드 사태로 질타를 받았던 은행권이 금소법 완벽 대비를 통해 잃어버린 신뢰 회복에 나선다는 각오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금소법 대비 원활한 녹음 시스템 확보에 중점을 두고, 영업점 창구의 녹음 기기를 점검하거나 보완중이다. 금소법이 시행되면 고객이 손해배상 청구시 은행들의 입증 책임이 강화된다. 업계는 녹취를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고난도 투자 상품이나 고령 투자자에 한해 녹취를 시행해왔다. 그러나 금소법 적용 이후에는 녹취 상담이 적용되는 상품 종류와 투자 대상을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우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펀드 등 비예금 판매 시 녹취 상담 대상 고객을 모든 고객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올해 초부터 전 영업점 녹취 시스템 도입을 통한 투자상품 완전판매 노력을 강구해왔다. 해피콜 대상을 확대해 고객 목소리를 듣고 개선된 피드백을 제공할 예정이다. 판매사가 고객에게 직접 상품 설명서를 작성, 제공해야 하는 부분을 준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시스템 정비중이다.


회사는 앞서 시중은행 최초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하고 금소법 시행을 위한 기반을 일찌감치 닦아왔다. 수장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을 거친 이인영 그룹장을 선임한 바 있다.


하나은행 측은 “외부 컨설 업체와 함께 본점 상품 유관부서를 중심으로 ‘대응 TF’를 구성했다”며 “각 상품별 기획/개발/판매/모니터링 등 기존 내부 프로세스를 진단하고 우선 과제등을 실행해 ‘금융소비자보호체계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녹취 대상 확대는 물론 ‘자동리딩 방식(TTS, 녹음된 기계음)’을 통해 상품 설명 안내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금융소비자보호 역량 강화를 위한 온라인 직원 교육도 강화했다. 우리은행의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 ‘WeTube’는 일주일간 9000여명의 직원이 시청하는 등 높은 관심을 기록했다. 이 외 전 영업본부 및 직할 VG(같이그룹)별 화상 연수를 통해 금소법 시행에 따른 영업현장의 변화내용을 공유, 전직원 대상 사이버 연수를 실시해 금소법 주요 내용 및 필수 준수사항에 대한 교육을 이어갈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올해부터 펀드는 물론 골드리슈와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까지 녹취를 의무화했다. 만65세 이상과 부적합투자자, 고난도 금융상품 가입자 등이 대상이다. 지난 1월과 2월 금융소비자보호체계 운용 현황을 전수 점검하고 규정 및 지침을 재개정했다. 판매 프로세스 정비 등 세부 이행 작업을 추진했고, 이달 중 피드백 및 미진한 사항을 보완해 프로세스를 안정화 시킬 방침이다. ▲투자상품 ▲예금/대출성 상품 ▲보장성상품 ▲종합/기타 등 4개 카테고리로 구성해 대응하고, 금소법 현장 정착을 위해 전직원 교육과정을 진행중이다.


이 외 KB국민은행과 NH농협 은행도 적극적으로 금소법 시행을 준비중이다. KB국민은행은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성향 분석, 판매 과정 등을 녹취하고 불완전판매 여부를 분석하는금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대출성 상품을 판매할 경우 약관, 상품설명서, 주요 내용 설명서 등 고객에게 교부해야 하는 필수 서류를 소비자 앞 URL로 발송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도 개발이 한창이다.


NH농협은행도 오는 6월까지 통합전산시스템을 통해 상품 선정, 판매 후 사후관리 등 비예금상품 판매와 관련한 모든 현황을 확인·점검한다. 소비자 민원을 최대한 줄이고 금융 상품 서비스 제공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은행업계는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일부 모호한 가이드라인과 판매 과정 녹음 확대 등 시간 증가로 영업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존 은행권 상품 시간이 20~30분 정도 걸렸다면, 법 적용 이후 고객 투자 성향을 파악하고 판매 과정의 상세한 녹음 등으로 1시간 이상도 족히 걸리는 등 판매 절차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판매 상품의 녹취 상담을 확대하면 영업점에서도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취지에서 소비자 분쟁을 줄일 수 있어 감내할 가치가 있다”며 “첫 금소법 시행이니 잘 안착할 수 잇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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