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픽] ‘꽃중의 왕’ 모란으로 담아내는 행복의 메시지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1.03.05 13:48
수정 2021.03.05 13:48

‘부귀’의 상징으로 19세기 조선사회에서 대유행을 불러왔던 모란도. 현시대까지도 꾸준하게 부귀는 많은 사람이 누리고자 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부귀의 상징 모란도라고 해서 늘 사랑받아 왔던 것만은 아니다.


유교적 덕목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인 화가들의 주요 소재였던 사군자(매, 난, 국, 죽)의 유행 시기에는 부귀의 상징 모란은 항상 조심하고 경계해야 했던 소재였고, 모란도의 회화적 존재감은 미미했다.


시간이 흘러 19세기에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찾아왔다. 굳건하게 지켜왔던 계급사회의 틀이 무너지며 유교적 사상의 기준은 와해 되었고,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모란도는 큰 열풍을 일으켰고,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가 살아가며 추구해야 할 가치로서 인정받으며 부귀 지향적 성향을 지속하고 있다.


모란도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속에 밝고 희망적인 꽃을 피우는 김경희 작가는 부귀의 상징 모란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며 현대의 ‘모란화’로 재해석한다.


작가에게 모란은 추억의 소재이자, 정겨움을 불러일으키는 향수 같은 존재다. 화폭 속에서 표현되는 주요 소재를 통해 예로부터 전해져온 상징성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작가 개인의 옛 추억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보자기는 조금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저 펼쳤을 땐 평면의 천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물건들을 수용하는 보자기의 포용성에 대해 김경희 작가는 “복을 싸둔다”라는 의미로 보자기를 ‘복’의 맥락으로 해석해 풀어내고 있다.


또한, 색동 속에 표현되는 오방색과 금색, 간색의 다채로움은 명쾌한 색채로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에게 행복의 감정을 그려내게 하며. 보자기, 색동, 나비, 자연과의 배치를 통해 추억에 소재에서 더해지는 소소한 행복과 복스러움을 전달하고자 한다.


작가가 고집하는 ‘행복’과 ‘복’의 키워드는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색채 조합들을 통해 한층 더 완성도를 이루고 있다. 밝은 오방색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차분한 톤의 조화는 편안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재탄생 되어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경계에서의 작가만의 표현 영역을 구축했다.


“그림을 보며 잠시나마 행복해지는 마음과 포용력 있는 삶을 꿈꾸길 원하며 오늘도 또 다른 모습의 모란을 피워 본다.”


김경희 작가가 피워내는 모란은 형상을 넘어 본질에 가까운 고유함을 담아내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전통적으로 계승돼온 모란도를 현대적 조형언어로 해석해내고 있다.


줌으로 당겨낸 듯한 모란을 뒤로하고, 화려한 색동과 보자기를 중첩 시켜 기존 동양화에서 고집해오던 동양적 구도론을 과감하게 없앴다. 작가의 화폭 속 공간을 무한한 상상의 공간으로 확장 시킴과 동시에 작가가 공간 구조 해석 능력에서 탁월한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적 감성을 녹여내 동양회화에서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김경희 작가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작가 김경희/ 200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1987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현재 한국미술협회, 춘추회, 여백회, 유연회, 동방예술연구회, 홍익여성한국화회 회원. 홍익대, 강릉대, 인천대 강사 역임. 대한민국 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 춘추미술상(백송화랑) 외 개인전 및 단체전 다수.


글/ 갤러리K 남재희 큐레이터 wogml7358@naver.com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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