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도 하지 않은 문재인 정권의 매표 공항 쿠데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3.01 07:00
수정 2021.02.28 20:39

인천공항, 철저 조사와 여론 설득…영종도가 하늘이면 가덕도는 땅

김대중, 김영삼이 결사반대한 경부고속도로 같은 반전이나 기대해야

1970년 7월 7일 역사적인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의 상징적 업적인 이 동맥이 없었다면 2021년 현재 1인당 GDP가 당시보다 100배도 넘게 성장하는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효자 고속도로 건설을, 정치에 관심 없었던 중노년층이나 그 시대를 성인으로 살지 않은 젊은 사람들은, 그때 야당에서 결사반대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으리라.


놀랍게도, 반대 투쟁의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 훗날 신민당의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지도적 위치에 올라선 김대중과 김영삼이었다. 이들이 외쳤던 구호를 보자.


“우량 농지 훼손 웬 말이냐” “쌀도 모자라는데 웬 고속도로냐” “부유층의 전유물인 고속도로 결사반대”


서울과 부산을 잇는 고속도로가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수출·수입 물동량 수송이 아닌 부유층 자가용들이 이용할 행락 목적이라고 호도하고 선동한 것이다. 그런 그들이 20~30년 후 각각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대통령이 된 이후엔 경부고속도로의 가치와 박정희의 리더십을 뒤늦게 인정하거나 최소한 부정하진 않았다. 역사는 이렇게 아이러니의 연속이고 선전선동과 선견지명, 애국심들이 부딪치면서 발전한다.


두 사람 중에 대형 국책사업과 관련한 김대중의 변신은 주목할만하다. 경제학 교수 출신 국민의힘 의원 윤희숙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DJ가 임기 동안 가장 잘한 일로 예비타당성 제도를 드는 사람들이 정책 동아리에는 많다. 면밀한 조사를 먼저 하게 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그 결과, 토건 사업에 나랏돈을 마구 꽂아주던 정치가들의 관행이 상당 부분 봉쇄됐다. DJ 자신도 지역 기반의 정치가였지만, 그의 결단 덕분에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로 한 단계 도약한 것이다.”


지난 주말 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부산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눈이 뒤집힌, 대통령 지휘에 의한 집권 민주당 주도로 끝내 통과됐다. 묻지 마 조기 착공 목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한 입법 쿠데타였다.


아니, 국민 세금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국책 사업을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몇년 전 사전 평가에서 가덕도가 꼴찌였기 때문에 그걸 피할 꼼수로), 국회의원들의 미친 매표(買票) 야합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정책으로 확정하는 나라가, 세계 곳곳에 제대로 된 나라 중에서 하나라도 있겠는가? 국제 망신이다.


이 쿠데타에는 야당도 부산과 경남 지역 의원들을 포함해 절반 이상이 동참했다. 부산 시민들 표 때문이다. 문민시대 여야 정치꾼들의 이 폭거는 30년 전의 무사(武士) 정부보다도 못한 것이어서 한국 정치의 퇴보를 웅변한다.


두 정권의 신공항 추진은 그 민주적, 합리적, 도덕적 측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노태우의 영종도가 하늘이라면 문재인의 가덕도는 땅이다. 5공의 후계자 6공 정부의 인천공항 건설 과정이 왜 하늘인가?


1991년 당시는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어서 김포공항이 곧 포화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포는 인근 주민들 소음 민원이 많고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해 외곽에 대규모 신공항 건설 필요성이 절실했다. 서울에서 1시간 이내 거리에서 적지를 찾아야 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신공항보다 건설비가 두 배 더 드는 경부고속철도와 거의 동시에 착공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야당과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내놓는 후보지마다 돈과 환경 문제로 반대했다.


정치자금 마련을 위한 6공 최대 이권 사업이라는 루머도 만연했다. 17개 후보지 중 서울과 거리, 건물이 없는 광활한 지역, 수원 공군 비행장과 공역(空域)이 겹치지 않는 조건 등을 충족하는 곳은 인천의 갯벌을 매립하는 안이 최선이었다.


필자가 일선 기자일 때의 기억으로 야당과 단체들이 편 영종도 신공항 계획 반대 논리가 너무 완벽하고 타당하지 않은 조건들이 수없이 많아 노태우 말고는 그것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 비정상일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했던 ‘자살행위’라는 주장의 근거는 영종도의 안개였다.


노태우 정부는 영종도밖에 더 나은 곳이 없다는 확신을 하고 안개 실측 작업을 장기간에 걸쳐 진행, 김포보다 오히려 안개가 덜 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바다 매립도 3~4m에 불과해 공사비가 적게 들고 18m를 매립한 일본 간사이 공항과 비교해 지반 침하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결론도 도출했다.


철새도래지라는 등의 환경 단체들과 주민들 설득에도 공을 들였다. 공항 이름도 원래는 세종공항으로 하려 했으니 인천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인천공항으로 바꿨다. 건설비는 국민 여론을 달래기 위해 실제 예상 5~6조원을 2조여원으로 축소 발표하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전 조선일보 기자 김왕근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수석 문희갑이 국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었지만, 국민이 걱정해서 반대하면 안 되니까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공항을 잘 지은 것으로 모두가 인정하니까 그냥 넘어가게 된 거짓말이다. 그만큼 여론을 중시했다.


그러나 가덕도는 어떤가? 지난 정부에서 실시한 프랑스의 권위가 있는 업체 평가에서 김해공항 확장, 밀양공항 안에 이어 최하위인 3위를 기록한 안이 가덕도 신공항이다. 국토부가 지적한 안전성, 환경성, 접근성, 경제성 등 7가지 문제 중에 가장 심각한 결격 사유가 깊은 바다를 메우는 무모한 환경파괴, 지반침하 위험 매립이다.


영종도의 3~4m보다 가덕도에 공항을 만들려면 최고 106m 성토가 필요해 주변 산 3개를 바닷속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정의당 의원 심상정은 주장했다. 이에 따른 천문학적 공사비는 현재 정부 예상만으로도 약 30조원에 이른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표 매표 공항 특별법 강력히 반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의 국책사업 실제 소요 비용을 볼 때, 40조원은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이런 엄청난 사업을 비전문가 집단인 국회에서 전문가적 판단을 무시하고 강행하는 것은, 후대에 죄를 짓는 행위다.”


선거라면 개똥도 먹을 집권 민주당과 대통령이 이 돈을 걱정할 리 없다. 다음 정부와 국민들이 고생을 하든 말든 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에라, 이 군사 쿠데타 정부보다 못한 사람들아!’. 뜻있는 국민들의 이런 탄식이 당신들 귀를 울리고 있지 않은가?


혹시 모르는 일이다. 김대중과 김영삼이 부유층이 놀러 다닐 길이라고 공격한 경부고속도로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견인차가 되었듯이 가덕도 신공항도 먼 훗날 효자 역할을 하게 될지...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이런 만화 같은 반전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야 하는, 국민들 마음이 서글프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