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빠르게 늙는 한국, 노인빈곤율도 최고 수준”
입력 2021.02.17 11:00
수정 2021.02.17 10:18
10년 간 고령인구 연평균 4.4%↑…노인지옥 우려
10명 중 4명 늙어서 가난…OECD 평균 3배 상회
한국이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높은 노인빈곤율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노인 지옥’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가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10년간 한국의 고령인구는 연평균 4.4%씩 증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OECD 평균(2.6%)를 2배 가까이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경연은 한국이 급속한 고령화로 20년 후인 2041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33.4%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더욱 문제는 빠른 고령화 속도와 함께 한국 노인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2018년 기준 노인빈곤율(43.4%)도 OECD 평균의 3배를 웃돌았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G5국가인 ▲미국(23.1%) ▲일본(19.6%) ▲영국(14.9%) ▲독일(10.2%) ▲프랑스(4.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경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적연금 지원 강화 ▲공적연금 효율화를 통한 노후 소득기반 확충 ▲노동시장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고령층 민간일자리 수요 확대를 제안했다.
지난 2018년 기준 한국의 공적‧사적 연금) 소득대체율은 43.4%로 은퇴 전 평균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반면 G5국가들은 평균 69.6%에 달했다. 한경연은 G5국가들이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고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G5국가들은 세제혜택을 통해 사적연금 가입을 유도했다. 사적연금 납입금 대비 세제지원율은 2018년 기준 G5 평균 29.0%로 ▲미국 41.0% ▲일본 31.0% ▲프랑스 28.0% ▲영국 24.0% ▲독일 21.0% 순이었다.
G5의 생산가능인구 사적연금 가입률은 평균 54.3%로 2명 중 1명 이상이 사적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지원율이 20.0%로 G5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었고, 사적연금 가입률도 16.9%로 저조했다.
한경연은 한국이 G5국가들에 비해 노동시장이 경직적이고 고용유지 비용이 높아 고령층 취업환경이 미흡하다고 봤다.
엄격한 파견‧기간제 규제와 높은 해고비용은 기업의 다양한 인력활용과 유연한 인력조정을 어렵게 해서 고령자의 취업기회를 감소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은 제조업을 제외한 일부 업종에 한해서만 파견이 가능하고 파견과 기간제 모두 2년 기간제한을 두고 있다.
또 한국은 근속‧연령이 높을수록 기업의 임금부담이 커지는 호봉급을 주된 임금체계로 사용해 고령자 고용유지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노인들이 매우 곤궁하고, 고령화 속도도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빨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공공일자리는 근원적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연금 기능 강화와 민간에 의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