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계좌 '-8억' 착각한 20살 주린이 스스로 목숨 끊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1.02.11 21:30
수정 2021.02.11 12:00

미국의 20대 남성이 온라인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했다가 막대한 빚을 졌다고 착각해 목숨을 끊었다. 이 남성의 부모는 로빈후드에 소송을 제기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알렉스 컨스의 부모는 "로빈후드의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려는 공격적인 술책과 관리 의무 소홀로 비극이 발생했다"며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이 낸 소장에 따르면 컨스는 지난해 6월 11일 '마이너스 73만달러'(약 8억2천만원)가 찍힌 잔고 금액을 로빈후드의 앱에서 발견했다. 선물과 현물 사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차에 따라 장부상에만 잠시 찍히는 손실액이었다.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특정 시점에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 행사하면 지워질 잔액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몰랐던 컨스는 투자로 막대한 빚을 갚아야 한다고 착각했다.


컨스는 로빈후드 고객센터에 세 차례 이메일을 보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직원과 연결에 실패한 컨스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은 로빈후드가 제대로 전화 상담 서비스만 제공했어도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 변호사는 "빚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73만달러를 빚진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었다"라며 "누구라도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엄마인 도로시 컨스는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말로 다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로빈후드 측은 "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옵션거래 체계를 개선하고 구체적인 안내문을 추가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일부 옵션 거래자에 대한 음성 상담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옵션거래를 할 수 있는 이용자의 자격을 상향 조정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동안 로빈후드는 주식 거래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수료를 폐지해 20대 젊은층 고객을 확보해왔다. 앱 다운로드 건수는 최근 하루 100만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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