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출범 1년③] 재계 “준법경영 모범사례…지속가능성 높아”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입력 2021.02.06 07:00
수정 2021.02.05 16:46

무노조 폐지 등 짧은 기간 동안 유의미한 성과

일각서 실효성 의문 제기…“경영권 침해 우려”

준법위 “판결 상관없이 결과로 성과 증명할 것”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출범 1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파격적인 행보와 실효성 논란 등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준법위는 삼성의 준법 문화 안착에 집중한 결과, 삼성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난 삼성에 준법경영 DNA가 이식되는 만큼 재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뉴삼성’ 도약을 위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준법문화’ 의지가 확고해진 현시점에서 준법위가 향후 어떠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편집자 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 1년간 비교적 많은 성과를 이뤄내면서 준법경영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배구조 등 일부 실효성을 지적받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지속가능성에 힘을 실어준 만큼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는 여전히 준법위의 존재와 기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최종 평가는 향후 활동을 통해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출범한 준법위는 삼성의 무노조경영 폐지와 4세 승계 포기 등 다양한 성과를 이뤄냈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의 준법문화 안착 노력으로 많은 기업들의 귀감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1년 간 준법위는 기존 준법 컴플라이언스 팀의 위상을 높이고 준법경영에 가까워 질 수 있도록 활동을 해 왔다”며 “이런 성과들이 삼성을 통해 국내 기업 문화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컴플라이언스 강화 등 성과…“지배구조 개선”


실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은 준법위 출범 이후 준법감시조직(컴플라이언스팀)을 강화하고 준법문화 확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꾸려진 컴플라이언스팀은 변호사가 부서장을 맡고 실효적인 내부통제와 준법감시를 주 업무로 삼고 있다. 사업상 필요한 법적 자문에만 그친 기존 법무팀의 업무에서 벗어나 회사의 행보가 법 테두리 안에서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가장 큰 화두인 지배구조개선 문제 역시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배구조의 경우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준법위는 전문심리위원들로부터‘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와 총수 등 컨트롤타워 감시 방안 마련’ 등을 완수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 철폐와 4세 승계 포기 등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준법위의 권고가 계기가 됐다”며 “지배구조개선까지 해소했으면 좋겠지만 한 번에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는 만큼 차근차근 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준법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의 준법 의지가 확고한 만큼 준법위를 중심으로 한 체제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7개 협약사 대표이사들과의 회담만 보더라도 준법경영에 대한 삼성의 의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며 “특히 이 부회장 역시 준법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권 침해 지적…실효성 확보도 과제


다만 준법위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실효성 부분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준법위가 이 부회장을 만나 면담도 하고 여러 가지 확실한 제안이 받아들여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재판부에서 실효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빛이 바랬다”며 “조직의 존재 의의가 퇴색된 만큼 존속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준법위를 지속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당분간 유지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도 “준법위는 정치적 사회적 압력에 의해 경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대로 존속하는 한 삼성의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준법위는 외부 평가와 별개로 앞으로도 준법문화 안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최종 선고 이후 준법위는 오로지 결과로 실효성을 증명해내고 판결과 상관없이 할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준법위 관계자는 “삼성 준법문화 안착을 위해 주어진 여건과 환경 속에서 쉼 없이 달려 왔다”며 “앞으로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 내고 실효성이 참작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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