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힘든데"…대출 금리마저 올라 영끌족 '좌불안석'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1.02.02 07:00
수정 2021.02.01 11:52

5대 은행 지난해 12월 주담대 평균 금리 2.85%…전월比 0.07%P↑

신용대출 금리도 0.41%P 올라…“당분간 금리 상승세 지속” 전망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대출 실수요자는 물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 주식투자)’족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대출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원리금 분할상환방식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평균 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2.85%로 전월(2.78%) 대비 0.07%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도 평균 연 2.67%에서 3.08%로 0.41%포인트 올랐다.


전체 예금은행으로 보면 대출금리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 주담대 금리는 작년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2.59%로 지난 2019년 7월(2.64%) 이후 1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 역시 3.50%로 전월 대비 0.49%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지난 2012년 9월(0.66%포인트) 이후 8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오른 수준이다.


이처럼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오른 이유는 시장금리가 상승한 데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해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 은행채(AAA) 3개월물 금리는 0.77%로 전월 대비 0.12%포인트 증가했고 은행채(AAA) 1년물 금리도 0.02%포인트 상승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져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다 정부의 대출조이기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까지 축소하면서 대출금리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17개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대출 목표치를 줄이라고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최근 주요 은행으로부터 월간·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받았다. 은행들은 금감원이 가계대출을 지난해보다 5% 이상 늘지 말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금리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강하다는 점이다. 미국 민주당이 백악관과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서 글로벌 채권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또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 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 보상 입법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금리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빚투·영끌족들을 포함해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커지게 됐다. 특히 은행 가계대출의 약 70%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만큼 이들의 이자부담은 한층 더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약 70% 정도가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당장에는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금리 상승이 계속 맞물릴 경우 대출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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