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새 수장 최태원, 재계 이끌며 대정부 소통 구심점
입력 2021.02.01 10:41
수정 2021.02.01 11:11
코로나19 위기 극복, 규제개혁, ESG 경영 확산 등 역할 기대
최태원 SK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사실상 확정되며 명실상부한 재계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동안 4대그룹 총수 회동 등에서 큰형님 역할을 해온 최 회장은 앞으로 대한상의라는 공식 창구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에 재계 목소리를 전달하고 각종 현안을 해결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은 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고 최태원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단독 추대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최 회장이 수락하면 23일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서울상의 회장으로 최종 선출된다. 내달 24일에는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대한상의 회장직까지 겸하게 된다. 관례상 대한상의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이 겸해 왔다.
서울상의 측은 “회장단은 서울상의 회장이 국내외적으로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간의 경영 업적 및 글로벌 역량, ESG 선도 등 경제사회적 혜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적임자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평소 재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이슈에 폭넓게 관심을 가져왔던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혼란기에 최대 경제단체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재계와 정부·정치권과의 소통의 구심점으로서 최 회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평소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안전망 구축’, ‘공유인프라’ 등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 기업의 역할을 강조해 온 최 회장은 정부와 코드가 맞는 대표적인 재계 인사로 불려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의 SK하이닉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현장점검’에 이어 지난달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현장시찰’까지 동행하는 등 문 대통령과의 스킨십도 잦았다.
그만큼 정부와 청와대에 재계의 목소리를 큰 거부감 없이 전달하는 데 좋은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재계에서 우려해 온 각종 기업 규제로 인한 후폭풍을 보완입법 등으로 최소화하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범위와 속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수감에 따른 총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등 개별 기업 현안과 관련해서도 최 회장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정부 입장에서도 재계에 대중소기업 상생이나 투자, 고용 등 각종 정책 관련 협조 사항을 전달하는 데 있어 4대그룹 총수의 맏형 격인 최 회장을 통하는 게 유연할 수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경제 전반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ESG 전도사’를 자처해 온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등극은 ESG 경영이 재계 전반에 확산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VBA 2020 코리아’ 세미나에서 기업 경영의 새로운 규칙으로 ESG를 반영할 것을 제안하며 ESG 측정과 표준화 논의를 화두로 던진 데 이어 연말 도쿄포럼과 베이징포럼, 상하이포럼 등에서도 잇따라 강연을 통해 ESG 중심의 글로벌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연말 인사에서도 SK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 거버넌스위원회와 환경사업위원회를 설치해 ESG 경영 체계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재계 인맥을 통해 ‘선한 영향력’도 전파해 왔다. 최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은 지난달부터 영세 식당들에 도시락을 주문해 매출을 늘려주고, 이 도시락을 복지시설 운영 중단 등으로 식사가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상생 모델 ‘한끼 나눔 온택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으며,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이에 동참했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회장과 최정우 회장은 지난달 29일 포항에서 만나 ‘희망나눔 도시락’ 봉사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규제개혁, 미래 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 ESG 경영 등 재계가 당면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과 유연성을 두루 갖춘 최태원 회장은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의의 수장으로서 적절한 인물”이라고 말했다.